K리그1 2023 개막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이하 제주) 감독이 남긴 메시지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승격 청부사'로 불린 남 감독이 지도 스타일에 소통을 가미한 “믿음”을 강조했다.
남기일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선수들을 이끄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전술적으로는 '한국의 위르겐 클롭'이라 불리며 선수단 전체의 유기적인 플레이, 전방위적인 압박을 내세웠다. 선수 육성에도 탁월한 모습을 보여줬고, 지휘봉을 맡았던 3개 팀을 모두 승격시키는 역량까지 뽐냈다. 그가 '승격 청부사'로 불리는 이유다.
물론 모두가 남기일 감독의 스타일에 만족하는건 아니었다. 특히 지난 2022시즌 제주에 합류했으나 1년 만에 팀을 떠난 윤빛가람(수원FC)은 남 감독의 지도 방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2월 전지훈련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남기일 감독은 팀을 떠난 윤빛가람에 대해 “지난 시즌 소통을 많이 하지 못해서 아쉽다. 감독을 하는 데 있어 공부가 많이 됐던 선수 중 하나다”고 했다. 그러자 윤빛가람은 “감독님께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는데, 내가 아쉬운 것은 왜 그때 그러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고 응수했다. 이후 남 감독은 2월 개막 미디어데이에선 “모든 선수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나부터 많이 바꿔가면서 선수들도 바뀌고 있다”고 전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이와 별개로 제주의 올 시즌 전망은 밝지 않았다. 지난해 5위를 차지했던 선수단에서 핵심 전력이었던 주민규(울산 현대), 제르소(인천 유나이티드), 정우재(전북 현대) 등이 팀을 떠났다. 물론 유리, 헤이스의 영입과 전지훈련을 무사히 마친 '베테랑' 구자철의 합류라는 희소식도 있었다. 남 감독 역시 지난 2월 전지훈련 미디어데이에서 “현대가의 양강 구도를 깨는 것이 목표”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수원FC, 대구FC와 연전에서 무승부를 거둔 제주는 이어진 3연전(인천, FC서울, 울산)에서 내리 패배하며 고개를 숙였다. 5경기 2무 3패. 4골을 넣는 동안 6실점 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강점으로 여겨졌던 두터운 수비진이 줄부상으로 이탈해 정상적인 전력을 가동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남기일 감독이 지난 2015년 광주FC 정식 감독에 오른 뒤 개막전부터 팀을 이끈 건 올해를 포함해 9시즌이다. 이중 개막 후 5라운드까지 승리하지 못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에 남기일 감독은 선수단 내 '믿음'을 강조했다. 남 감독은 지난 9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1 2023 6라운드 강원FC전을 앞두고 “부상자도 많고 부족한 상태지만, 서로 믿고 경기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단을 향한 남 감독의 '믿음'이 닿은 것일까. 강풍과 추위, 불규칙한 바운드에도 제주는 끊임없이 역습에 나섰다. 치열했던 경기의 승자는 골 찬스를 놓치지 않은 제주의 몫이었다. 남 감독이 후반 교체 카드로 투입한 서진수는 상대 수비 세 명 앞에서 깨끗한 감아차기로 결승골을 넣었다.
경기 후 남 감독은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부상도 많고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아 분위기가 어려웠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한만큼 결과가 나온 거 같다”며 “(선수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잘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믿음을 가지자고 강조했는데, 이렇게 서로 신뢰를 보내고 유대를 잘 맺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