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맛’을 사랑하는 이들이 사골국처럼 우려 먹을 영화가 나왔다. 이하늬, 이선균 주연의 영화 ‘킬링 로맨스’다.
영화는 시작부터 동화적인 느낌으로 출발한다. 한 백발의 여성이 등장, 영어로 동화를 읽듯 내레이션을 하며 황여래(이하늬)와 조나단 나(이선균)의 달콤살벌한 로맨스 시작을 알린다.
한때 전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톱스타 여래는 어떤 한 작품을 계기로 사람들로부터 ‘발연기’라며 조롱을 당하고, 곧 사람들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괴로운 감정에 빠진다. 11년여 동안 쉬지 못 하고 일해온 여래에겐 휴식이 절실했다. 그렇게 소속사도 모르게 떠난 여행에서 섬나라 재벌 조나단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킬링 로맨스’의 ‘킬링’이란 말 그대로 ‘죽인다’는 뜻이다. 영원할 줄만 알았던 사랑의 마법은 끝나고, 여래는 자신의 삶을 되찾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우연히 여래 앞에 나타난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은 여래의 결심을 더욱 확고하게 한다.
‘킬링’이라는 살벌한 말이 붙었지만 실상 ‘킬링 로맨스’는 여래의 탈출기라 볼 수 있다. 계속해서 자신에게 ‘넌 안 돼’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여래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되는 과정이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펼쳐진다. 여래가 조나단을 ‘죽이고 싶은’, 혹은 ‘죽여야만 하는’ 이유가 작품 속에 명확하게 드러나 있긴 하지만 이원석 감독은 이를 사실적으로 부각시키진 않았다.
“한국판 디즈니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 감독은 “그 정도만 보여줘도 관객들이 여래가 어떤 상황에 빠져 있는지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굳이 그런 요소를 더 다테일하게 살리는 것보단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더 무게를 실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동화가 그렇듯이 결국 영화가 말하는 건 권선징악이다. 악한 일을 한 사람은 벌을 받고, 용기 있는 사람은 새 삶을 얻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은 해피엔딩을 예상하며 감독이 곳곳에 심어 놓은 ‘웃음’이라는 지뢰를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결말이 뻔히 보이는데도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끝으로 이끄는 것. 그것이 ‘킬링 로맨스’의 진짜 힘이다.
대놓고 동화처럼 만들어진 영화라 논리적으로 설명 되지 않는 부분들이 곳곳에 있다. 때문에 개연성에 예민한 관객에겐 추천하기 어렵다. 다만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영화보단 마니아들이 N차를 하는 작품이 살아남는 최근 극장가 추세를 볼 때 ‘킬링 로맨스’가 B급, 병맛 마니아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을 것은 분명하다. 영화 말미 쿠키 영상까지 웃음을 장착하고 있으니 놓치지 않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14일 개봉. 15세 관람가. 10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