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들의 소감은 그들의 경력만큼이나 묵직했다. 한국전력의 베테랑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박철우(38)와 미들블로커(센터) 신영석(37)이 배구계를 넘어 스포츠계를 아우르는 묵직한 소감으로 박수를 받았다.
두 선수는 지난 10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22~23 V리그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각각 페어플레이상과 베스트7(미들블로커)의 자격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박철우는 한국전력 팀을 대신해서 수상 마이크를 잡았고, 신영석은 국내 최고의 미들블로커(센터)로서 소감을 전했다.
두 선수의 소감은 수상의 기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박철우는 페어플레이상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박철우는 “요즘 스포츠에서 여러 안 좋은 말이 많이 나온다. 경기 외적으로도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는 팀과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최근 프로 스포츠에선 프런트 수장의 비위나 선수의 성범죄, 불법 도박, 그리고 과거를 잊은 듯한 협회의 징계 사면 등 실망감을 안기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었다. 박철우가 배구계를 넘어 체육계 선배로서 선수들의 경각심을 일깨운 것. 선배의 뜻깊은 소감에 이날 V리그 행사장에는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베스트7 트로피와 꽃다발을 들고 시상대에 오른 신영석도 베테랑다운 말로 후배 선수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올 시즌 신영석은 개인 통산 1146개의 블로킹을 성공, 이선규 한국전력 코치의 종전 최다 블로킹 기록(1056개)을 깨고 역대 통산 1위에 등극했다. 아울러 시즌 베스트7에도 선정됐다.
신영석은 “이선규 코치님의 기록을 넘으면서 꿈을 이뤘다”며 “이제는 내가 누군가의 꿈이 된 것 같다. 꿈과 목표를 바라보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뒤에 이어진 남자 신인선수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김준우(23·삼성화재)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소속팀은 다르지만 미들블로커 후배로서, 13년 만에 탄생한 미들블로커 신인왕을 직접 축하했다.
이는 이제 막 프로 무대에 자리 잡은 김준우에게도 뜻깊은 선물이었다. 김준우는 “앞으로 신영석 선배 같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신영석의 말대로 그는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됐고, 작지만 뜻깊은 선물을 통해 후배들의 꿈을 심어주는 선배가 됐다. 소감 만큼이나 행동도 후배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이번 V리그 시상식은 한선수(38·대한항공), 김연경(35·흥국생명) 등 베테랑들의 잔치였다. 베테랑들이 적지 않은 나이에도 기량을 뽐내면서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됐고, 더 나아가 후배들에게 묵직한 한 마디씩 건네면서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