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창모(26·NC 다이노스)는 자타공인 왼손 에이스다. 그의 이름 앞에는 '광현종의 후계자'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수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광현(SSG 랜더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의 뒤를 이을 1순위 후보라는 의미다. 기대를 한몸에 받지만 자기 평가는 냉정하다. 그는 "내가 어린 선수도 아니고 선발(통산 111경기)로 많이 나갔는데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없다는 건 부끄러운 거"라고 말했다.
구창모에게 '이닝'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목표다. 2016년 데뷔 후 통산 600이닝 넘게 소화했지만 단 한 번도 규정이닝(시즌 144이닝)을 채운 경험이 없다. 2018년 133이닝이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 부상에서 복귀한 지난해에는 111과 3분의 2이닝에 그쳤다. 전성기 매년 180이닝을 거뜬하게 해낸 '광현종'과 비교하면 이닝 소화 능력에서 차이가 크다. 허리와 왼팔 전완부 피로골절 부상 등으로 공백기를 가지면서 번번이 규정이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 시즌 첫 목표도 풀타임, 더 나아가 규정이닝 소화다. 구창모는 "(구단에서) 풀타임으로 던지는 걸 보고 싶어하고, 풀타임을 던졌을 때 내 성적이 궁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 상무야구단에 지원한 구창모는 1차 서류전형에 합격, 오는 17일 국군체육부대에서 체력 검사를 받는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면 곧바로 병역을 이행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2023시즌이 입대 전 치르는 마지막 시즌이 될 수 있다.
그는 "또래 선수들이 대부분 군대를 갔다 왔다. 아시안게임이 있긴 하지만 확실한 게 없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지원했다"며 "(군대를) 가기 전에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는 게 내 마음도 편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첫 2경기 등판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지난 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와 3분의 1이닝 6실점, 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4와 3분의 2이닝 4실점(2자책점) 했다. 평균자책점이 8.00, 피안타율은 0.350에 이른다. 관심이 쏠린 이닝 소화도 모두 5이닝 미만이었다.
구창모는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구위는 문제가 없다"며 "좋았을 때의 기억을 빠르게 찾는 게 급선무 같다. 옛날에는 거침없이 던지는 게 있었는데 (등판한 뒤) 영상으로 봐도 자신 없어 보이는 게 느껴지더라. 그 부분을 생각하고 다음 경기에서 잘 던지려고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공교롭게도 대회에 출전한 대부분의 선수가 시즌 초반 부진하거나 아프다. 잔부상에 시달렸던 구창모로선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부진하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다. 아픈 게 하나 없을 정도로 좋다. 그냥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은 거 말고는 크게 없는 거 같다"고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어 "(목표를) 항상 불어보면 풀타임이라고 했는데 그거 말고는 생각해본 게 없다. 풀타임을 (먼저) 해보고 세부적인 걸 잡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창모의 시즌 세 번째 등판은 14일 인천 SSG랜더스 원정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