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건강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건강상의 이유 혹은 개인적 부상을 이유로 활동을 급하게 중단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 10일 새 앨범으로 컴백한 그룹 아이브의 레이가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했다. 레이는 다음날인 11일 팬카페를 통해 “잠시 멈춰서 나 스스로를 잘 챙기는 이 시간이 의미 없는 것이 되지 않게 천천히 노력하고 있다.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다이브랑 멤버 생각을 한다”라고 직접 소식을 전했다.
레이는 컴백 당일 개최된 신보 발매 기자간담회에서도 포토타임만 소화, 간담회에는 불참했다. 아이브는 레이를 제외하고 5인조로 이번 컴백 활동을 이어간다.
아이브와 같은날 컴백한 그룹 케플러의 멤버 김채현도 발목 부상을 당했다. 소속사 웨이크원, 스윙엔터테인먼트는 공식 팬카페를 통해 “통증을 동반한 부기 발생으로 즉시 병원으로 이동했으며 당분간 반깁스 착용과 목발 사용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입장을 전했다.
소속사에 따르면 김채현은 부상에도 불구, 활동 의지가 강해 앉아서 음악 방송에 참여키고 했다. 스스로 컴백 활동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크고 팀에 피해가 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결정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컴백 한 두 그룹에서 각각 한 명씩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구체적인 컨디션, 부상의 정도는 알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일부 팬들은 소속사가 아티스트들의 건강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컴백을 앞두고 연습에 매진하다보면 체력저하가 오고 부상을 입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관리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후 컴백해 활동을 이어가다 보면 격렬한 퍼포먼스를 무대에서 소화하는 아이돌 그룹들의 경우 부상의 우려가 있고 행사 무대까지 자주 소화하다보면 피로누적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그룹 엑소의 레이는 공연을 위해 출국하던 도중 실신한 적 있다. 당시 소속사는 실신 이유로 ‘수면 부족’을 이야기했다. 가수 남태현도 그룹 위너 멤버로 활동 시절 심리적 불안 등 정신 건강을 이유로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가수 엄지도 그룹 여자친구 활동 당시 건강상의 이유로 팀 활동에서 빠졌다.
몇년이 지난 지금은 아티스트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크게 개선됐다. 한 가요관계자는 “지금의 매니지먼트사들은 아티스트 개개인의 몸 상태, 의견들을 세세하게 살피고 모두 수용하는 편”이라며 “스케줄도 협의를 통해 결정을 하지 강요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완벽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개인의 의지, 욕심은 꺾을 수 없는 법이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연습을 하기 위해 휴식시간을 줄이는 아이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스케줄의 경우도 멤버들이 한명의 팬이라도 더 만족시키기 위해 하나라도 더 소화를 하려다 피로가 쌓이는 일이 많다.
최근 그룹 방탄소년단의 슈가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아이돌의 스케줄을 살아보면 쪽잠 자는 게 습관이 된다. 5~6년 동안 3시간 이상을 쭉 자본 적이 없다”고 고충을 밝혔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개인 아티스트마다 더 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있고 그런 상황에서 (잠자는) 시간이 부족해진 게 아닌가 싶다. 회사는 아티스트들의 휴식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려고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요즘은 매년 아티스트들이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는 기획사들도 늘고 있으며 정신 건강도 챙길 수 있게끔 외부 초청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소속사들은 아티스트의 편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아티스트들의 건강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K팝 영향력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커지면서 아티스트들이 더욱 바빠졌기 때문이다. 단기간 수익을 위한 ‘무리’보다는 길고 꾸준하게 활동할 수 있는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수 이채연 역시 지난 12일 컴백 쇼케이스에서 “건강하게 오래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꾸준히 성장하고 싶다”라며 건강의 중요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