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이천웅이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사진은 지난 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안타를 기록한 뒤 기뻐하는 모습. 고척=김민규 기자
LG 트윈스는 왜 14일 오전 이천웅(35)의 불법 인터넷 도박 인정 사실을 알렸을까.
LG가 이천웅의 불법 인터넷 도박(3월 31일 본지 단독)을 확인한 건 12일 밤이었다. 3월 말 1차 면담에서 관련 사실을 부인한 이천웅은 지난 6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 잔류군으로 이동했다. 이후 구단 자체 조사 및 면담을 추가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연루 사실을 시인했다. LG는 곧바로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통보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외부에 알린 건 시인 하루 뒤인 14일 오전 11시쯤이다.
왜 13일에 발표하지 않았을까. LG 구단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구단에서 내용을 확인한 건 12일 밤이다. 13일 오후 내용을 발표하려고 했는데 선수가 가족들에게 먼저 얘기를 하겠다며 하루만 기다려달라고 하더라. 가족들이 기사를 보고 선수의 (불법) 행위를 안다는 게 좀 아닌 거 같아서 그렇게 했다. 대신 경찰서에 자수하라고 했고 선수가 오늘 아침 자수했다”고 말했다.
이천웅은 현재 KBO 상벌위원회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 의뢰한 KBO가 상벌위원회 개최를 수사 결과 발표 전까지 미룰 가능성도 있다. KBO 관계자는 "참가활동 정지를 먼저 내릴 수 있는데 일단 수사를 의뢰한 상태여서 현재 단계에선 여러 가지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KBO 이사회에서 'KBO 부과 제재 외 구단 내부 자체 징계를 더는 부과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KBO에 문의했더니 KBO 징계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 (훈련에서 제외했냐는 질문에는) 수사받고 그러면 훈련이 되겠나. 해결될 때까지 거기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따르면 불법 인터넷 도박 징계의 수위는 '1개월 이상의 참가활동정지나 3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 또는 3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이라고 명시돼 있다. 다만 '음주운전, 마약, 도박, 성폭력 등의 품위손상행위가 발생한 후 10일 이내에 소속 구단이나 KBO에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가중하여 제재한다'는 조항이 있어 이천웅의 가중 처벌 여지도 있다. 이천웅은 구단의 사실관계 확인부터 혐의 인정까지 열흘이라는 기간을 훌쩍 넘겼다.
고려대를 졸업한 이천웅은 2011년 육성 선수로 LG에 입단했다. 통산 성적은 622경기 타율 0.289(1953타수 564타수) 18홈런 211타점. 올 시즌에는 4경기 3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백업 외야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선수 생활 갈림길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