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는 코미디에 진심이다. 7년 전 ‘SNL 코리아 시즌7’에서 바나나 껍질을 밟고 넘어지며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과 폭소를 안겨준 이하늬는 영화 ‘극한직업’에서 거친 형사로 진선규와 좌충우돌 러브 코미디를 보여줬고, 드라마 ‘원더우먼’에선 유창한 베트남어를 구사하며 웃음을 줬다. 그리고 이번엔 정말 ‘정신나간’ 코미디에 뛰어들었다. 이원석 감독의 영화 ‘킬링 로맨스’를 통해서다.
지난 14일 개봉한 ‘킬링 로맨스’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배우 이하늬를 만났다. 이하늬가 연기한 여래는 조나단에게서 벗어나 연예계로 컴백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톱스타다. 한 편의 동화같은 이 영화는 진한 현실감보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이 휘몰아치는 ‘병맛’이 넘친다.
이하늬는 시나리오에서부터 ‘킬링 로맨스’의 비범함을 느꼈다. 이하늬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면서 많이 웃었다”며 “이런 대본은 ‘극한직업’하고 ‘킬링 로맨스’였는데, 도대체 어떻게 비주얼라이징할지 궁금해지더라”고 말했다.
‘남자사용설명서’로 병맛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준 이원석 감독에 대한 신뢰도 있었다. 이하늬는 “이원석 감독님의 ‘남자사용설명서’도 좋아했고, 그 미장센을 볼 때 감독님이 하고 싶은 대로 영화를 그린다면 정말 독특한 영화가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역사에 남을 영화가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코미디 연기는 이하늬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촬영장에서 매 순간이 ‘현타’(현자타임·허탈한 감정)였다고 했다. 이하늬는 “찜질방에서 암호 ‘푹쉬타쿵’을 외치다가 랩으로 넘어가는 장면에서 큰 현타를 느꼈다”며 “그런데 하다 보니까 바보짓도 같이 하면 재미있다는 걸 ‘킬링 로맨스’를 통해 느꼈다”고 웃었다.
왜 이렇게 코미디에 진심이냐고 물으니 “내가 양기가 좀 많은 사람”이라며 웃었다. 본인도 웃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신의 연기에 웃는 관객들을 사랑하는 이하늬다. 그는 “예전에 한 팬이 제 얼굴을 케이크에 프린트해서 보내주신 적이 있다”며 “편지에 3년 정도 산후우울증으로 소리 내서 웃어본 적이 없는데 ‘원더우먼’에서 베트남어를 하는 장면을 보고 크게 웃었다며 고맙다고 적혀 있었다. 제가 더 감사하더라”고 말했다.
이하늬는 ‘킬링 로맨스’를 통해 이선균과 13년 만에, 공명과 4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오랜 만에 다시 만난 동료 배우들 덕에 촬영장에서 적응을 빨리 했다고 한다. 이하늬는 “2번째 현장에서 만나면 초반에 써야 하는 에너지가 필요 없어진다”며 “뺨을 때려도 어떻게 때릴지 아는 느낌이다. 뭘 해도 받아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하늬는 이선균, 공명과 함께 3인조 ‘부캐’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이미 이하늬의 유튜브에는 ‘킬링 로맨스’의 대표곡인 ‘여래이즘’ 뮤직비디오가 게시돼 있다. ‘여래이즘’은 가수 비의 ‘레이니즘’을 개사해 부른 영화 속 이하늬의 대표곡이다. 그는 “‘킬링 로맨스’의 캐릭터들이 정말 아까웠다. 그래서 촬영 내내 영화로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우니 이선균에게 ‘부캐’를 만들라고 계속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킬링 로맨스’ 속 수준급 노래 실력에 대해서는 “컨디션이 더 좋을 때 녹음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며 아쉬워했다. 극 중에서 이하늬는 달파란 음악 감독의 노래를 연신 부르며 ‘디즈니’ 공주같은 면모를 보인다. 뮤지컬 작품도 여럿 소화한 이하늬 답게 깨끗한 음색과 가창력으로 놀라움을 준다. 그는 “최고의 음악감독 달파란의 수혜를 받았다”며 “들국화 노래 ‘제발’을 부르면서는 현장 녹음에 발자국 소리가 들어가 못 쓸 뻔했다. 다행히 편집을 통해 발자국 소리를 지워서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래이즘’은 가수 비가 직접 무보수로 녹음해줬다. 이하늬는 “노래를 쓰게 해주는 것도 감사한데 흔쾌히 ‘여래이즘’ 녹음까지 해 주셨다”며 “사람 챙기고 의리 있는 건 ‘우주 최강’이다. 제가 정말 많이 배운다. 형부이기 이전에 사람으로 정말 좋아하고 배우로서도 존경한다”고 말했다.
“‘킬링 로맨스’는 일단 세상에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데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요즘은 마니아 층이 2차, 3차 관람을 하시니까 ‘킬링 로맨스’도 그렇게 재미있게 보시면 좋겠어요. 그만큼 ‘민트초코’ 같은 영화거든요. 어떤 분들은 치약 맛이라고 느끼시지만, 또 어떤 분들은 ‘이런 맛도 있고, 새롭네’ 하실 거예요. 가끔은 밥이랑 파스타 말고 이런 걸 먹어 줘야죠. 이런 유니크한 영화가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