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된 KBS 2TV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들 '연준범'의 생애 첫 통장을 개설하는 방송인 제이쓴의 모습이 그려졌다.
제이쓴은 준범이를 안고 통장을 만들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그는 “요새는 아이들이 카드에서 돈이 나오는 줄 알더라”며 “경제 교육을 미리 해두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만 2세 준범이의 조기 경제 교육에 나섰다.
이날 목적은 세뱃돈 저금하기였다. 제이쓴은 “현금은 잃어버릴 수도 있다"며 "저금도 하고 대출도 받고 마이너스 통장도 뚫고 해”라며 준범이의 통장을 완성했다.
작년 MBC 예능프로그램 '호적메이트'에서는 방송인 현영의 딸이 나왔는데, 성인 못지않은 경제 지식과 똑 부러지는 면모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영의 딸 최다은은 7세부터 주식을 시작해 현재 11세로, 나이가 믿기지 않는 경제 지식을 갖고 현영과 주식 시장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모습은 비단 연예인의 아이들에게서만 보이는 일이 아니다. 요즘 부모들은 내 아이의 경제 교육 시기를 점점 더 앞당기고 있다.
이에 은행들도 아이를 위한 첫 적금 상품을 내놓거나, 미성년 고객의 금융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생애 첫 고객'을 잡아라
내 아이가 일찍부터 금융 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부모들의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미성년 고객의 금융 편의성을 높이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을 열고 리뉴얼하는 등 '미래 고객'을 모시기 위한 개편에 나서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장 최근 신한은행이 내놓은 '리틀 신한 케어'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곧 태어날 아이부터 만 19세까지 이용 가능한 금융 서비스로, 모바일 앱 신한 쏠(SOL) 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새로 출시한 '태아 미리 등록 서비스'는 예비 부모가 태아의 출생 예정일과 태명 등을 등록하면 출생일 전후 알림톡을 받고 계좌 신규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작성해 편리하게 금융 거래를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예비 부모 고객에게 자녀명의 계좌 신규 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최대 5만원까지 제공하는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즉, 생애 최초 고객 선점에 나선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출생 전부터 청소년기까지 자녀들의 금융거래 서비스를 더 쉽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준비했다”며 “미성년 고객들이 건전한 저축습관을 기를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리틀 신한 케어' 플랫폼에서는 아이에게 알맞은 맞춤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고 증여 관련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비슷하게 KB국민은행에서는 '맘 편한 아이금융' 서비스를 열었다. 아이와 관련된 금융 정보와 혜택을 모두 모아놓은 플랫폼이다.
기존에 KB스타뱅킹을 이용하고 있다면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미성년 고객의 금융거래 때 필요한 서류 안내부터 추천 상품, 주요 혜택, 편리한 은행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미성년 자녀 계좌 개설 시 필요한 서류를 안내해주고 모바일 번호표 발급 등 편리한 은행 이용 팁도 알려주는 등이다. 또 10대 전용 금융플랫폼 ‘리브Next’와 경제·금융 관련 상식 ‘금융자산 증여 관련 정보’ 등도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미성년자 관련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고객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번 서비스를 오픈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형태가 조금 다르게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직접 금융 플랫폼을 체험할 수 있는 '아이부자' 앱을 개편했다. 자녀 스스로 '모으고·쓰고·불리고·나누는' 다양한 금융 활동으로 즐겁고 건전한 금융 습관의 형성을 돕는다는 취지다.
즉, 앱을 통해 모으기(용돈·알바·저축), 쓰기(결제·송금·ATM출금), 불리기(주식투자 체험), 나누기(기부) 등 금융 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 또 부자 MBTI나 투자 이상형, 경제상식퀴즈 등의 다양한 금융역량 개발 콘텐츠도 이용 가능하다.
은행이 이런 플랫폼을 개발하는 이유는 미래 고객 선점 효과는 물론 가족 고객 확보까지 가능하다는 데 있다. 특히 유입된 Z세대 고객은 자연스럽게 거래 은행에 대한 충성심이 생겨날 수 있고, 은행은 고객의 성장에 따라 성인 계정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느 은행서 가입할까
대부분의 국내 시중은행에는 자녀용 상품을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 기본 입출금 통장은 물론 적금 상품까지 있어 부모의 주거래 은행을 통해 아이의 금융 활동을 시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다.
특히 금리 인상기인 최근 차곡차곡 돈 모으기부터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하는 1년 만기 적금 상품에 관심이 높다. 현재 은행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적금 상품에 최고 연 4%가 넘는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 My 주니어 적금’이 기본금리 연 3.45%에 최고 연 1%포인트 우대금리를 얹어주며, 최고 연 4.45%의 금리를 주고 있다.
청약통장을 보유하고 있거나 6회 이상 자동이체 등 조건을 만족하면 된다. 분기별로 최대 1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입출금통장을 만들면 DB손해보험의 프로미고객사랑보험 무료 가입 혜택도 준다.
기본금리가 연 3.2%인 우리은행 ‘우리 아이행복 적금2’의 경우 경찰청 지문사전등록 신고증을 제출하면 1.0%p를 우대금리로 주는 것이 특징이다.
19세까지 자동 재예치되는 하나은행 ‘아이 꿈하나 적금’은 14세까지 등록한 희망대학에 실제 입학하면 연 2%포인트 특별금리를 준다. 초·중·고 입학 등 특별한 해마다 기본금리 연 2.95%에 0.3%p 우대금리를 추가 적용한다.
KB국민은행에서는 'KB 영 유스 적금'이 현재 최고 연 3.65% 금리를 적용한다. 국민은행에 가족고객으로 등록된 가족 수가 3인 이상 시 0.2%p를 주고 자동이체 등록 시 0.1%p를 더 주는 등 조건을 총족하면 최고 연 1.3%p를 받을 수 있다. 만 19세 미만이면 개인당 1계좌만 가입할 수 있으며 월 최대 300만원까지 납입 가능하다.
게다가 앞으로는 자녀를 위한 금융 상품 가입을 위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여 아이의 경제 교육 시작이 더욱 수월해졌다. 금융위원회가 법정대리권을 가진 부모의 비대면 자녀 명의 계좌 개설이 가능하도록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을 개편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비대면 자녀 계좌 개설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만 14세 미만 청소년이 혼자 은행 창구에서 통장을 만들 수 없었고, 부모가 함께 가족관계증명서와 도장 및 법정대리인의 신분증 등을 떼서 제출해야 가능했다. 만 14세 이상 미성년자는 혼자 통장 개설이 가능했지만, 신분증과 주민등록 초본 및 도장을 챙겨 은행에 꼭 방문해야 했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 서비스 이용에도 비대면 트렌드가 자리잡은 만큼, 아이의 금융 활동에도 모바일과 비대면이 적용되고 있는 추세"라며 "부모의 관리감독 아래서 점점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