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다는 것에 만족해요. 물론 앞으로도 찾아야 할 게 많지만, 점점 제 음악에 자신감도 생기고 확신도 생기는 것 같아요.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계획한 만큼, 잘 흘러가고 있다 믿어요.”
그룹 러블리즈 출신 류수정이 ‘솔로’로서 자신만의 색을 찾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말이다. 어느덧 그룹 데뷔 9년 차, 솔로 데뷔 3년 차가 된 류수정은 첫 정규 앨범 ‘아카이브 오브 이모션스’를 들고 다시 대중 곁으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수정은 “첫 정규앨범인 만큼 기대도 되고 많이 설렌다”며 소회를 전했다.
“아무래도 곡 수도 많고, 여러 가지 감정을 담으려 하다보니 저의 실질적인 고민들을 표현하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전에는 솔직하고 우울한 감정까지 노래에 쓸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이제는 제가 쓴 가사나 노래 자체를 보고 성숙함을 느끼실 것 같아요.”
‘아카이브 오브 이모션스’는 지난해 9월 독립 레이블 ‘하우스 오브 드림스’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솔로 아티스트로 도약한 류수정이 발매하는 첫 앨범인 만큼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한층 더 발전한 노래 실력, 다양한 장르, 여기에 9개의 수록곡 모두 류수정이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도 드러냈다. 류수정은 러블리즈 앨범을 준비할 때보다 딱 8배 일이 늘었다며 “그만큼 제가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고 앨범 준비 과정을 돌아봤다.
“처음부터 싱어송라이터가 되려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제 이름과 이야기가 담긴 앨범인 만큼 욕심을 내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죠. 제 솔직한 감정을 담은 노래를 들려드리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앞으로도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타이틀곡 ‘그래비 걸’은 돈, 사랑, 명예를 모두 갖고 싶다는 인간 본연의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욕망을 과감하게 표현한 곡이다. 차분한 멜로디와 부드럽게 녹아드는 류수정의 음색으로 또 하나의 명곡을 탄생시켰다. 이처럼 스스로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류수정은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제가 오래 활동을 한 만큼 아마도 저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가 있을 것 같아요. 그저 류수정을 부담 없이 편안하게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어요. 있는 그대로의 저를 말씀드리면 어느정도 밝고, 어느정도 우울해요. 그런 자연스러운 느낌 그대로요.”
2014년 11월 데뷔해 독보적 ‘청순 걸그룹’으로 우뚝 선 러블리즈는 적잖은 히트곡을 남기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21년 11월 계약만료 소식을 알리며 아쉽게 해체 수순을 밟았다.
러블리즈 활동은 잠시 추억에 묻어뒀지만, 멤버들 간 우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류수정은 이번 솔로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멤버들의 많은 조언과 응원이 있었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멤버 전원이 함께 모일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했다.
“그룹에서 솔로로 넘어가는 과정이 혼란스럽기는 했어요. 그런데 멤버들과 계속 만나고 얘기를 하다보니 그 감정이 나중에는 없어지더라고요. 우리는 어차피 계속 러블리즈고, 이별하는 게 아니니까요. 러블리즈의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완성되지 않았을 거예요. 7년의 시간이 굉장히 의미있고 좋은 거름이 됐다고 생각해요.”
올해 27살, 10대 때 데뷔해 어느덧 20대 후반에 접어든 류수정은 나이가 들면서 바뀌는 상황과 감정을 이번 앨범에 담아냈다. 누구나 이맘때쯤 고민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가 진짜 어른이 됐구나’하는 생각들이 류수정이 곡을 쓰는데 중요한 영감이 됐다. 류수정은 “나이가 바뀌면서 방황을 겪는 분들에게 제 노래가 많은 공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예전에는 일 욕심이 정말 강했어요. 또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서 활동을 잘 못 즐겼던 것 같아요. 또 전에는 뜨거운 연애나 특별한 경험같은 걸 해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소소한 하루가 행복한 것 같아요. 그걸 이제야 깨달았어요.”
류수정은 이번 앨범을 통해 얻고 싶은 구체적 성과보다, 그저 자신의 곡을 일상생활에서 편안하게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전했다. 대중이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부르는 것은 류수정의 소박한 꿈이었다. 솔로 가수로서 첫 도약에 나선 류수정이 바라는 10년 후의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
“그냥 지금 이 모습 그대로였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만들면서 고민도 하고, 괴로워도 하고, 그러면서도 노래를 계속 부르고, 공연도 하고. 그런 꾸준함이 있는 가수가 됐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