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노래’는 바쁜 일상에 잊고 지냈던, n년 전 이 즈음 발매된 노래를 일간스포츠가 플레이 해보는 코너입니다. 그동안 이맘때쯤 발매된 노래 1곡을 재조명해왔지만, 이번 만큼은 고 문빈을 애도하는 뜻을 담아 아스트로의 대표곡들을 다시 한 번 들어보려 합니다.<편집자 주>
◇ ‘숨가빠’
2016년 7월 1일. 아스트로는 미니2집 ‘썸머 바이브’를 발매하며 타이틀곡 ‘숨가빠’로활동을 시작했다. 데뷔곡은 같은 해 2월 발매된 ‘숨바꼭질’이지만, ‘숨가빠’는 청량돌을 대표하는 아스트로에게 100% 어울린다는 호평을 받았다. 아스트로가 조금씩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된 곡이다.
‘숨가빠’는 도도한 소녀를 바라볼 때 느끼는 10대 소년의 떨리는 감정을 표현했다. 풋풋한 신인의 티가 났던 멤버들의 앳된 비주얼과 깜찍한 표정연기, 발랄한 댄스로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했다. 문빈은 이 곡에서 해맑고도 순수한 미소로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시원한 보컬 실력으로 곡의 빈틈을 채웠다.
◇ ‘고백’
그야말로 숨가빴던 7주 간의 ‘숨가빠’ 활동이 끝난 후, 아스트로는 4개월 뒤인 2016년 11월 미니3집 ‘어텀 스토리’로 초고속 컴백을 한다. 타이틀곡 ‘고백’은 아이돌 그룹의 최고 인기 의상인 교복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10대·20대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가사 또한 ‘고백’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발그레진 두 볼에 입 맞출게 너 오늘부터 내꺼할래”라는 적극적인 내용으로 설렘을 유발했다. 소년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숨가빠’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 화려해진 동선과 파워풀한 안무, 멤버들 모두 구멍이 없는 노래와 랩 라이브로 신인답지 않은 실력까지 당당히 입증했다. 문빈은 학창시절 첫사랑을 연상시키는 외모로 이목을 끌었고, 후렴구의 퍼포먼스를 완벽히 책임지며 아스트로의 중심 멤버로 활약했다.
◇ ‘니가 불어와’(Crazy Sexy Cool)
2017년 11월, 점점 성숙미를 더해갔던 아스트로는 미니5집 ‘드림 파트2’ 타이틀곡 ‘니가 불어와’로 돌아온다. 바람처럼 찾아온 본능적인 사랑에 눈을 뜬, 소년에서 남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아스트로는 청량돌에 그치지 않고 더 폭 넓은 음악 장르와 콘셉트를 소화해내며 대세 보이그룹으로서 입지를 견고히 다졌다.
‘니가 불어와’에서 ‘바람’이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 만큼 안무에도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는 모양, 입으로 작은 바람을 부는 모습 등 모티브가 된 소재를 완벽히 퍼포먼스화시켜 무대를 보는 즐거움도 덩달아 높아졌다. 노래 또한 팝송을 연상케하는 세련된 멜로디로 가을 감성을 자극했다. 문빈은 이 곡에서 “질릴 틈 없이 예쁜 너야”라는 킬링파트를 맡고, 포인트로 뽑히는 웨이브 안무로 색다른 매력을 자랑했다.
◇ ‘All night’(전화해)
아스트로에게 데뷔 후 첫 음악방송 1위를 안겨준 곡인 ‘올 나잇’이 2019년 1월 공개됐다. ‘올 나잇’은 동명인 아스트로의 첫 정규 앨범 타이틀곡으로, 데뷔 4년 차였던 아스트로의 성장한 음악성을 엿볼 수 있는 노래다. 수록곡 또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명반이라는 평을 받았다.
신인 티를 벗어 던진 아스트로는 여유로워진 무대 매너로 ‘올 나잇’ 속 극강의 ‘섹시함’을 표현해냈다. “눈 감으면 그려지는 니 모습이 좋아 지금”, “그저 밤새 듣고 싶은 것은 니 목소리뿐이거든”이라는 직설적인 가사, 묘한 나른함을 풍기는 중독적 사운드, 어느덧 어른이 된 멤버들의 남성미, 강렬하고도 유려한 퍼포먼스 등 무엇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아스트로 활동 중 최고의 전성기로 불리는 시기였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총 8개의 미니 앨범, 4개의 디지털 싱글 앨범, 3개의 스페셜 앨범, 3개의 정규 앨범, 2개의 일본 데뷔 앨범, 여기에 유닛 문빈&산하가 발매한 4개의 음반까지. 기사에 채 담지 못한 아스트로의 숨은 명곡들이 존재한다. 7년이란 긴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온 아스트로는 대중에게 끊임없이 행복을 안겨준 그룹이었다.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났던 문빈은 지난 19일 너무도 갑작스럽에 세상을 떠났다.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과거 문빈이 한 팬의 “아로하에게 어떤 말을 들었을 때 제일 힘이 나요?”라는 질문에 답한 내용이 다시 조명됐다. 당시 문빈은 “‘가수해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들을 때요!”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4년 전인 2019년 2월 3일에 나눈 대화였다.
팬들은 문빈의 마음에 응답하며 한 마음 한 뜻을 모아 추모의 글을 남기고 있다. 간결하지만 진심이 담긴 한 문장이다. ‘문빈 가수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