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뭐하고 놀까? 부모가 되고 나면 늘 궁금한 부분이다. 우리 어릴 때는 동네 놀이터에 모여서 비석치기 하고 구슬치기하고 놀았고 청소년기에는 롤러장에 가는 애들도 있었고, 만화방에 가서 만화책을 보거나 비디오를 보는 애들도 있었고, 나처럼 레코드숍에 가서 음반사는 재미로 사는 애들도 있었다. 그럼 Z세대는? 우리집에 있는 Z는 주말에 친구들 만나고 오면 꼭 인생네컷이라는 스티커 사진을 한 장씩 들고 왔다. “어! 그거 아빠 대학교 때 유행하던 스티커 사진 같은데? 그게 요즘도 있어?“ ”스티커 사진이랑은 좀 다른데 보통 인생네컷이라고 불러요. 요즘은 친구들 만나면 꼭 이걸 찍어요.” 유행은 돌고 돈다더니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다시 스티커 사진이 인기라니. 그 이유가 궁금해서 Z에게 물어봤다.
X재국 : 요즘 친구들이랑 만나면 뭐하고 놀아?
Z연우 : 친구들 만나면 놀이공원이나 영화관처럼 한 공간을 정해놓고 그 곳에서 하루 종일 놀때도 있지만, 요즘은 그냥 예쁜 카페나 소품숍들이 많은 동네에 가서 그 동네를 돌아다니며 노는 걸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주로 성수동, 가로수길, 연남동에 예쁜 카페나 소품숍들이 많은데 예쁜 카페에서 신기한 디저트를 시켜 먹고 인스타 스토리에 올릴 사진도 찍고, 소품숍에서 스티커나 액세서리들 구경하는 것도 재밌어요. 그리고 만나면 꼭 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스티커 사진 찍기예요.
X재국 : 스티커 사진은 아빠 20대 때 유행하던 건데 Z세대는 왜 스티커 사진 찍는 걸 좋아할까?
Z연우 : 핸드폰 사진은 사실 언제든 찍을 수 있지만, 내가 그 사진을 간직한다는 느낌은 안들거든요. 그리고 우린 아직 청소년이라 휴대폰 저장공간이 작으니까 오래 보관하기도 힘들고 또 실수로 한 번에 날아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스티커 사진은 간직하기도 쉽고, 더 자주 보게 되고, 왠지 추억이 담겨 있는 것 같고 어쩌다 방 정리할 때 우연히 예전에 찍은 스티커 사진을 발견하게 되면 그때 생각도 나서 좋은 거 같아요. 요즘은 포토이즘이나 하루필름, 모노맨션처럼 예쁜 프레임으로 나오는 스티커 사진도 많아서 휴대폰으로 찍는 것보다 훨씬 예쁘게 나와서 좋아요. 그리고 사진을 찍은 다음 펜으로 꾸밀 수 있는 옛날 스티커사진(프리쿠라) 기계도 유행이에요. 길거리에는 별로 없지만 소품숍 안에 주로 있어요. 스티커 사진숍 안에 가면 재밌는 안경이나 머리띠같은 액세서리가 많아서 그런 걸로 꾸미고 찍으면 더 재밌고 뭔가 소풍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요즘은 ‘오타쿠 하트’라는 게 유행인데요. 그게 뭐냐면 일본의 한 아이돌과 팬이 찍은 사진인데 아이돌은 따봉 포즈를 취하고 있고 팬은 반쪽 하트를 하고 있어서 뭔가 서로 잘 안맞는 사진이에요. 근데 그게 하나의 밈이 돼서 유행하고 있어요.
X재국 : 그럼 필름 카메라로 찍는 것도 좋아해?
Z연우 : 저와 제 친구들은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사진은 레트로한 방식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필름 카메라의 느낌을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집에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까 그냥 인스타 필터로 찍거나 여러 보정앱에서 필름 카메라 무드로 보정하기도 해요. 근데 우리가 핸드폰 사진보단 스티커 사진을 더 좋아하듯이, 필름 카메라보단 폴라로이드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폴라로이드는 찍어서 바로 볼 수 있고 간직하기도 편하고 또 찍을 기회가 많이 없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고, 어른이 되고 보니 정말 남는 건 사진밖에 없었다. 요즘은 사진을 바로 찍어서 바로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사진 찍고 필름 가지고 현상소에 가면 하루 이틀 후에야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기다린 만큼 사진 한장 한장이 정말 소중했고 지금도 앨범에 차곡 차곡 꽂혀있는 사진들을 보면 그 시절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근데 Z세대도 현상한 사진이 왠지 추억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더 좋다고 하는 거 보면 역시 남는 건 사진밖에 없나보다. 그러니까 우리 X세대도 친구들 만나면 휴대폰 사진만 찍지말고 포토이즘에 들어가서 한장 찍어보자.
필자소개=이재국 작가는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컬투의 베란다쇼’, ‘SNL코리아 시즌2’, 라디오 ‘김창열의 올드스쿨’ 등 다수의 프로그램과 ‘핑크퐁의 겨울나라’, ‘뽀로로 콘서트’ 등 공연에 참여했다. 2016 SBS 연예대상 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서는‘아빠왔다’, ‘못그린 그림’이 있다. 이연우 양은 이재국 작가의 딸로 다양한 재능을 가졌으며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 평범한 청소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