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진화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깨뜨리는 퍼포먼스. 그룹 세븐틴의 한계는 끝이 없다.
세븐틴이 지난 24일 10번째 미니 10집 ‘FML’을 발매하며 약 9개월 만에 전격 컴백했다. ‘FML’은 세븐틴이 강렬함의 끝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갈고 준비한 앨범이다. 세븐틴의 히트곡을 만들어낸 우지가 전체적인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다른 멤버들 또한 작사, 작곡에 적극 참여해 기대를 모았다.
‘FML’은 발매 1일 만에 세븐틴의 커리어에 한 획을 그을 조짐이 보인다. 25일 한터차트에 따르면 ‘FML’은 약 400만장이 팔렸다. 세븐틴의 전작인 ‘페이스 더 선’의 초동 판매량 206만7769장을 단 하루 만에 뛰어넘었으며, 음반 초동 판매량 역대 1위인 방탄소년단 ‘맵 오브 더 솔 : 세븐’(337만8633장) 판매량도 크게 넘겼다.
다채롭게 구성된 ‘FML’에는 제목만 들어도 범상치 않은 더블 타이틀곡 제목 ‘손오공’과 ‘퍽 마이 라이프’가 실렸다. 이 외에도 유닛 곡인 ‘파이어’(힙합팀), ‘아이 돈 언더스탠드 벗 아이 러브 유’(퍼포먼스팀), ‘먼지’(보컬팀) 및 단체 곡 ‘에이프릴 샤워’ 등 총 6곡이 수록됐다.
◇ 美친 퍼포먼스 ‘손오공’
‘좌절하는 대신 지치지 말고 함께 싸워 이겨 내자’는 메시지를 담은 ‘퍽 마이 라이프’가 세븐틴의 섬세한 보컬과 래핑을 감상할 수 있는 노래라면, ‘손오공’은 정반대로 폭발적이면서 격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얼터너티브 저지 클럽 장르의 ‘손오공’은 제목 그대로 중국의 고전 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원숭이 요괴 ‘손오공’을 모티브로 했다. 시련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자신을 발전해나가는 손오공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손오공’은 진짜 영웅이 눈앞에 등장하는 듯한 웅장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다. 원우와 민규의 낮은 저음으로 예열을 하며, 정한과 버논의 파워풀한 랩, 호시의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보컬이 강하게 뇌리에 박힌다. 후렴구는 마치 손오공이 질주하는 듯한 빠른 리듬이 이어지며 절로 흥을 돋운다. 2절로 넘어가면서 ‘손오공’은 본격적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하는데, 엔딩을 장식하는 우지의 고음이 ‘손오공’의 특색을 완벽히 표현해낸다.
가사 또한 흥미롭다. 진짜 ‘손오공’ 캐릭터를 표현해낸 세븐틴은 “힘을 다하고 쓰러져도 포기를모르고 날뛰는 중”, “구름을 타고 여기저기로, 우리들의 긍지를 높이러”, “늘어나라 하늘로 여의봉” 등의 가사를 통해 악인을 처단하기 위해 나서는 손오공 특유의 질주본능과 집념을 담아냈다.
하지만 ‘손오공’의 진짜 매력은 보는 즐거움에 있다. 뮤직비디오에서 세븐틴은 도복을 입고 등장해 무려 200명이 넘는 댄서들과 함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역대급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그간 13명의 멤버들이 단 1cm의 오차도 없는 ‘칼군무’로 승부를 봤던 세븐틴은 엄청난 인원 수의 댄서들과도 한몸이 되어 파워풀한 춤을 소화한다. 남성미의 끝을 달린 외모와 피지컬, 현란한 몸의 움직임, 압도적 기운까지. ‘손오공’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역대급 무대를 완성했다.
어느덧 데뷔 9년 차. 이미 수많은 업적을 쌓아온 만큼 조금은 여유를 가질 때도 됐지만, 세븐틴은 이번에도 역시 ‘사활’을 건 앨범으로 돌아와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있다.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줬던 세븐틴이 그룹의 상한선을 뚫기 위해 평소 얼마나 깊이 고심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세븐틴의 무대는 “멋있다”를 넘어선 “예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돌원숭이라 불렸던 손오공이 최고의 부처 전사로 거듭난 것처럼, 대세 아이돌 그룹을 벗어나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아티스트로 성장한 세븐틴의 서사가 앞으로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