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최진묵 인천 다르크(마약중독재활센터) 센터장이 마약 중독에서 회복 중이던 과거 주치의에게 했던 말이다. 주변 환경에 따라 누구든 마약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의 한 마디에 초등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몇몇 친구가 검은색 봉투와 본드를 들고 뒷산에 자주 오르더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렸었다. 어쩌면 마약은 이미 예전부터 우리의 일상 근처에서 똬리를 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마약 범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드라마·영화에서 재벌·연예인이 타락한 모습을 보여주는 단골 소재로 쓰이며, SNS와 온라인 메신저에서는 어렵지 않게 시세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미래를 이끌 청소년들이 마약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마약 사범은 294명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했다. 4년 전과 비교해 3배가 늘었다.
한정된 인력으로 국내 마약 범죄를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온라인 플랫폼의 마약류 유통 정보 시정 건수가 2022년 2만6013건에 달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담당 인력은 2명뿐이다. 이마저도 1차 수집과 2차 최종 검토로 업무가 나뉘어 1명이 모든 온라인 마약 채널을 들여다보는 셈이다.
이렇듯 '마약청정국' 지위는 일찌감치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영역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마약 중독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25년간 마약의 늪에 빠졌다가 재활 지도사로 활동 중인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이 일을 21년 동안 하면서 학교에서 마약 예방 교육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금연 교육은 유치원 때부터 하는데 왜 마약은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꺼리나"라고 꼬집었다.
박 센터장은 또 “어떤 기자는 취재를 위해 10대 마약 회복자를 소개해달라고 하는데 그런 사람이 어디에 있나”라며 “앞으로 몇 십 년은 더 할 건데 예방책부터 마련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의 말처럼 이제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교육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마약 중독 경험이 있는 일본의 한 웹툰 작가는 마약을 "쾌락은 가불. 느긋한 자살이다"고 표현했다. 이렇듯 머릿속 깊이 각인하는 키워드로 마약의 고통을 양지로 끌어올려야 한다. 마약의 공급만큼이나 수요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