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에게 대구와 삼성은 자신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어린 시절 나고 자란 곳이 대구였고, 프로 경력도 대구를 연고지로 한 삼성에서 시작해 삼성에서 끝맺었다.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467개)를 때려내고 최우수선수(MVP) 및 홈런왕을 각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수상한 것 모두 이승엽 감독이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이룬 업적들이었다. 이승엽 하면 삼성, 대구 삼성 하면 이승엽이었다.
그랬던 이승엽 감독이 삼성의 푸른색 유니폼이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친정을 찾았다. 익숙했던 3루 홈팀 더그아웃이 아닌 1루 방문팀 더그아웃으로 출근하는 어색한 풍경도 이어졌다. 15시즌을 몸담았던 대구에 이제는 주인이 아닌 이방인으로서 방문하는 기분은 어떨까.
하지만 정작 이승엽 감독은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아직 별다른 감회는 없다. 경기장에 오면서도 '비가 오는데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투수 로테이션을 어떻게 할지' 등 경기에 대해 더 고민했지, 감회에 젖은 건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라이온즈파크에 새겨진 자신의 벽화나 1루 더그아웃 출근에 대한 감회를 물어봤지만, 이 감독은 “전혀 아무런 감회가 느껴지지 않았다.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해봐야 알 것 같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삼성 팬들이 서운해하지 않겠냐는 질문에도 이 감독은 “그러면 두산 팬들은 어떡합니까”라고 유쾌하게 받아쳤다. 이 감독은 “선수 때 받았던 (삼성 팬들의) 사랑은 잊을 수 없다. (삼성 팬들에게) 한없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라면서도 “이제는 지도자로서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다.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만큼 두산을 위해서 헌신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갖지 않고는 두산 유니폼을 입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삼성 팬들도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삼성 후배들과의 재회, 대구 삼성팬들을 향한 인사에 대해서도 당연히 인사는 해야 하지만 억지로 상황을 만들지는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지금은 단순히 상대팀 감독으로서 하나의 경기를 치르러 대구에 온 것일 뿐, 선수들이 주인공인 그라운드에 나서 주목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승엽 감독은 “이제는 냉정해져야 한다.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