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26)의 '악바리 정신'은 부상에도 변함이 없다. 여전히 몸을 내던진다.
황성빈은 지난 2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원정 경기 0-2로 뒤진 4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내야 땅볼을 치고 1루로 전력 질주했다. NC 2루수 박민우가 백핸드 캐치해 1루로 송구했다. 황성빈은 1루에 가까워지자 몸을 던져 왼손으로 베이스를 훑고 지나갔다. '간발의 차이'로 아웃. 황성빈은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하다가 다친 이력이 있던 그였다. 황성빈은 지난 11일 LG 트윈스전에서 3회 말 1타점 3루타를 치고 나간 뒤, 상대의 실책을 틈타 홈까지 질주해 득점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왼손 검지를 다쳐 4회 초 수비 때 교체됐고, 결국 미세 골절 진단을 받았다. 이날까지 타율 0.438(리그 2위)를 기록 중이었기에, 롯데로선 황성빈의 부상 이탈이 더욱 안타까웠다. 반깁스 상태로 있던 황성빈은 열흘이 지나 1군에 복귀했다.
그 역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의 높은 부상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 황성빈은 "가급적 (1루에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나도 (부상 위험을)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주루 중) 나온다"고 덧붙였다.
황성빈은 모든 플레이에 최선을 다한다. 안산 중앙중 졸업 후 갈 곳이 없어 소래고 창단 멤버로 진학했다. 고교 졸업 후에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해 경남대에 진학했다. 프로 입단까지 어려움을 겪었기에 이를 악물고 뛴다. 승부 근성과 악바리 정신이 자연스럽게 몸에 붙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지난해 황성빈의 플레이를 보고 "롯데에 없던 유형의 선수"라며 칭찬했다. 황성빈은 "지난해 뜬공 타구에도 열심히 뛰었다. 베이스 러닝을 살살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롯데는 팀 공격의 활력소인 황성빈과 안권수, 테이블 세터진의 활약 속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황성빈은 부상으로 빠져 24일까지 8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타율 0.423(26타수 11안타)으로 출발이 아주 좋다. 부상 복귀 후에는 2경기 연속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 팀의 4연승을 견인했다. 그는 "단 한 번도 내가 주전이라 생각한 적 없다. 최소한 주전으로 3년 넘게 뛰어야 (좋은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올 시즌에도 경쟁해야 한다. 팀 동료가 잘했을 때 자극도 얻지만 지는 것을 싫어한다. 주전을 따내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데뷔 첫 풀타임과 규정타석 도달을 위해선 한 시즌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지난해 102경기(353타석)에 출장한 그는 "요령도 생겨 올해는 더 자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