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중심 타선의 무게감과 이름값은 어떤 구단에도 밀리지 않는다. 리그 대표 파이어볼러 안우진과의 승부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KT는 지난 2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중 3연전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스코어는 1점 차였지만, 공격력과 경기 운영 모두 명백한 패전이었다.
이날 키움 선발은 리드 대표 투수 안우진이었다. 2022시즌 평균자책점(2.11) 탈삼진(224개) 2관왕 안우진은 올 시즌도 4월 등판한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안우진은 지난 시즌 KT전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했다. 상대 9개 구단 중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7월 28일 수원 원정에서 5와 3분의 2이닝 8실점하며 무너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기를 제외하면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무대(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KT 타선을 상대로도 1차전과 5차전에서 각각 6이닝 무실점과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바 있다.
KT 타선은 안우진을 상대로 6회까지 1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2회 초 2사 뒤 문상철이 볼넷, 4회 1사 뒤 앤서니 알포드가 유격수 포구 실책, 5회 서두 타자 문상철이 3루수 송구 실책으로 출루한 게 전부였다. 7회 선두 타자로 나선 알포드가 좌전 안타를 치며 어렵게 무안타 행진을 끊었다.
득점은 실패했다. 알포드가 출루한 뒤 2로 도루를 해냈고, 박병호의 내야 땅볼을 직접 처리하던 안우진의 3루 송구가 늦어 무사 1·3루에 놓였다. 이 상황에서 장성우는 포수 파울 플라이, 문상철은 스퀴즈 번트 실패, 대타 김준태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날 KT 간판타자 강백호는 안우진을 상대로 모두 내야 땅볼로 물러났고 박병호는 2회와 4회 삼진을 당했다. 알포드도 1회 첫 승부에서는 삼진, 4회는 야수 실책으로 출루했다.
KT 타자들은 정타를 거의 만들지 못했다. 특히 안우진의 주 무기인 시속 150㎞/h 중반 강속구 공략에 완전 실패했다. 이날 유일했던 알포드의 안타는 커브를 받아친 것. 4회 키움 유격수 에디슨 러셀의 송구 실책을 유도했던 알포드의 강습 타구도 슬라이더였다.
가운데 외야 깊게 뻗은 2회 오윤석의 타구만 153㎞/h 직구를 공략한 것이었다. 쉽게 말해 이 경기에서 안우진이 던진 포심 패스트볼(직구) 48개 중 배트 중심에 걸린 KT 타자의 타구는 1개뿐이었다는 얘기다.
안우진은 이날 낙차 차이가 있는 슬라이더를 구사하며 현란한 공 배합을 선보였다. 구종이 확인되지 않아 ‘기타’로 표기된 공만 6개였다. 안우진이 최근 연마하고 실전에서 구사한 스위퍼로 보였다.
광속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변화구까지 뿌린 안우진에 KT 타선은 완전히 당했다. 안우진도 8점을 내주며 흔들렸던 기억을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