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열린 KBO리그 3경기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이슈는 안우진(24)의 변화구였다. 소속팀(키움 히어로즈) 전력분석 파트에서 투구 분석표 구종 란에 ‘기타’가 추가됐다. 총 6구. 이 공의 정체에 관심이 모였다.
안우진은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시즌부터 주 무기로 사용한 스위퍼(Sweeper)를 연마 중이다. 팀 동료 에릭 요키시에게 그립을 배웠고, 지난 12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실전에서 활용했다. 25일 KT 위즈전에서도 낙폭에 변화가 큰 두 가지 종료의 슬라이더를 보여줬다. 기존 슬라이더는 시속 146㎞/h까지 찍히지만, 움직임은 홈플레이트에서 횡(좌우)과 종(위아래)로 살짝 휘는 움직임을 보인다. ‘기타’ 구종으로 찍힌 슬라이더는 그보다 구속은 낮지만, 움직임의 폭은 더 크다.
안우진은 경기 뒤 “아직 스위퍼라고 부르기는 부끄럽다. 그냥 기존 슬라이더보다 더 각이 크게 떨어지는 공”이라고 전했다.
하루가 지난 26일 고척 경기 전에도 홈팀(키움) 더그아웃에선 이 얘기가 나왔다. 홍원기 감독은 “구종에 관한 건 전문 지도자(각 파트 코치)에게 물어보는 게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며 “나는 그 공이 선수에게 부상 위험이 있을 가능성을 더 신경 쓴다”라고 했다.
이 얘기가 이어지던 중, 25일 중계방송을 맡은 양상문 스포티비 해설위원이 홈팀 더그아웃으로 왔다. 홍원기 감독이 오히려 안우진의 공을 어떻게 봤는지 묻자, 양 위원은 “고스트(ghost) 슬라이더였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 계약해 빅리그에 데뷔한 일본인 투수 센가 코다이의 주 무기 포크볼을 인용한 표현 같다. 현지 언론은 마치 타자 앞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센가의 포크볼을 '유령 포크(ghost fork)’라고 표현하고 있다. 안우진의 슬라이더도 그만큼 정의하기 어려운 공이었다는 의미였다.
양상문 위원은 취재진을 향해 스위퍼는 오타니의 트레이드 마크이니, 안우진의 슬라이더로 별칭을 붙여줘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안우진이 던진 공의 궤적이 슬러브(슬라이더+커브)와 비슷한 점을 언급하자, 양 위원은 “슬러브는 박찬호 시절 때 자주 쓰던 구종 명칭”이라며 웃어 보였다. 1989년 데뷔, 2000년 은퇴한 투수 김상엽이 가장 먼저 썼던 공이라며.
현재 스위퍼는 메이저리그 공식 구종이다. 베이스볼 서번트는 슬라이더와 스위퍼를 분류하고 있다.
일단 안우진은 아직 완성형 스위퍼를 던지는 게 아니다. 그립도 다르고, 팔목과 손가락을 쓰는 방법도 스위퍼로 보긴 어렵다.
하지만 기존 슬라이더와 번갈아 던지며, 마치 다른 두 구종을 무기로 쓰는 것처럼 보인다. 양상문 위원 말처럼 이 마구에 별칭이 생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