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현(26·대전하나시티즌)이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앞에서 ‘황금 왼발’을 과시했다. 이민성 대전 감독의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놀라운 득점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전은 26일 오후 7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인 전북과 K리그1 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2부에서 승격한 대전은 K리그1 우승 후보로 꼽혔던 현대가 두 팀(울산 현대·전북)을 꺾었다.
이날 대전은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경기 전 이민성 대전 감독은 “8~9경기째인데 선수들이 지칠 때가 됐다. 가장 걱정이다. 선수들과 소통했고, 우리도 로테이션을 돌리는 쪽으로 선택했다. 8경기를 보면 쌩쌩한 선수들이 들어가야 우리의 축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전 멤버가 몇몇 빠진 가운데, 대전 중원의 핵심인 이진현은 벤치에서 시작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유럽 일정을 마친 뒤 이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방문했지만, 전반은 잠잠했다. 대전의 전방 압박이 빛났지만,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후반 5분 대전 센터백 안톤의 득점이 터진 뒤 달아올랐다. 전북이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고, 이민성 대전 감독은 후반 17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이진현과 배준호를 투입했다. 이때부터 대전의 공격이 다시금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진현은 공수에서 빛났다. 후방에서 영리한 수비로 힘을 보태다가도 역습 때는 곧장 전방으로 내달렸다. 이진현은 후반 투입 후 한 차례 전방으로 전력을 다해 스프린트했지만, 레안드로의 크로스가 넘어오지 않으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키커로 나서 아쉬움을 직접 털었다. 후반 28분 코너킥이 한 차례 전북 수비진에 걸려 다시 코너킥이 선언됐다. 이때 김형범 해설위원은 “이진현의 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직후 코너킥에서 이진현의 왼발 킥이 그대로 골문 반대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민성 감독은 입을 쩍 벌리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진현은 마치 슈팅을 노린 듯 곧장 홈팬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후에도 이진현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했다. 후반 39분 센스있는 패스로 배준호의 슈팅을 끌어내는 등 빼어난 플레이 메이킹을 선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을 만한 한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