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좌완투수 이승현은 며칠 전 뜻깊은 SNS(소셜미디어) 메시지를 받았다. ‘대선배’ 오승환이 보낸 메시지로, 어린 이승현을 향한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의 한마디가 담긴 뜻깊은 메시지였다. 이는 이승현이 자신의 SNS에 올렸다가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대선배의 메시지 덕분이었을까. 이승현은 26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에 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 씩씩한 투구로 무실점 세이브를 올렸다. 자신의 통산 두 번째 세이브이자, 시즌 첫 세이브. 그리고 자신의 우상이었던 오승환의 뒤에 나와 거둔 뜻깊은 세이브였다.
이승현은 현재 삼성의 마무리 투수다. 오승환이 흔들리면서 이승현이 임시 마무리로 낙점을 받았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이승현을 마무리로 고정하겠다는 건 아니고 상황에 따라 다른 투수들이 등판할 수 있지만, 70% 이상은 이승현을 내보낼 것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21세의 어린 투수에게 마무리투수의 부담감은 상당했다. 마무리 자리가 주는 중압감은 물론, 자신이 어린 시절 우상으로 따르고,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왔던 오승환을 대신해 나선다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고. 설상가상 마무리 통보 후 처음으로 나선 경기(2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끝내기 3점 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였다. 오승환의 SNS 메시지도 이날 경기 후 이승현에게 보낸 것으로 보여진다.
오승환의 격려를 받은 어린 투수는 26일 호투로 기대에 부응했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1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팀을 4연패 수렁에서 건져냈다. 팀은 물론 이승현 본인에게도 직전의 안 좋았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좋은 경기였다. 오승환의 SNS 메시지가 효과를 본 듯 하다. 경기 후 이승현은 “경험 많은 선배가 이런 말씀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오승환을 똑 닮은 포커페이스. 프로 3년차 어린 나이에도 마운드 위에선 긴장하거나 힘든 티를 내지 않는 차분한 모습에 구단 관계자들은 “오승환과 성격이 비슷하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승현은 손사래를 치며 “수줍음이 많아서 그렇다”라고 웃었다. 그러나 “마운드 위에서 흥분은 해도 속으로 한다. 티는 잘 안내려는 편이다”라는 그의 말에서 오승환의 ‘돌부처’의 모습이 떠올랐다.
‘끝판대장’의 오승환의 뒤를 잇는 차세대 마무리. 오승환과 비교되는 데에는 부담이 없을까. 이승현은 “부담이 안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라면서도 “(마무리로서의) 자신감은 항상 좋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승현은 “어떤 마무리 투수가 되겠다는 것보다는 항상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수 있도록 ‘잘하겠다’”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