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매·공매로 넘어간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우선매수권을 임차인으로부터 양도받아 행사할 때 '매입가격 상한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전망이다.
고가 낙찰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피해주택이 제3자에 의해 비싼 값에 낙찰되는 경우 LH가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위임받았다 해도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일 국토교통부와 LH 등에 따르면 경매·공매로 넘어간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LH가 임차인 대신 우선매수권으로 매입할 때 적정 매입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두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공개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안에서 피해자의 주택이 경·공매에 넘어간 경우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임차인이 요청하는 경우 LH나 지방공사 등이 피해 주택을 대신 낙찰받아 이를 임차인에게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우선매수권 행사 금액이 싼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제3자에 의해 비싸게 입찰이 들어오면 LH가 굳이 비싼 값에 대신 매입할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LH가 특별법을 통해 경매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피해 주택의 대부분은 임차인의 전세계약에 앞서 금융기관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어 낙찰대금을 선순위 금융기관이 대부분 가져간다.
만약 피해주택이 고가 낙찰되면 권리관계에서 후순위인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금액도 커질 수 있지만, 이 경우 제3자 낙찰을 인정하는 게 낫지, LH가 높은 가격으로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LH의 매입임대사업 정책과도 배치된다.
앞서 LH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인 강북구 '수유 칸타빌'을 매입임대주택으로 사들였다가 고가 매입 논란에 휘말려 결국 준공 주택에 대해서는 '원가 이하' 매입을 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LH는 우선매수 금액에 대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두고, 적정 매입가격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일정 가이드라인 이상으로 응찰자가 나설 경우 제3자가 낙찰받도록 두고, LH는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경우 LH는 확보하고 있는 다른 매입임대주택을 피해자 거주 안정을 위해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 우선 검토되는 기준은 해당 지역의 평균 낙찰가율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라(다세대·연립) 등 유형별 특수성과 주변 여건·선호도 등을 고려해 적정 매입 상한 기준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전날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웨비나 설명회에서 "국토부와 협의해 피해주택 우선매수권 행사를 위한 매입 가격은 기존의 매입임대 가격보다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차인이 선순위인 경우 해당 주택이 경매에 들어가도 계속 점유(거주)가 가능한 데다, LH가 해당 주택을 경매에서 낙찰받으면 임차보증금 전액을 임차인에게 반환해줘야 해 수용하기 힘들다"며 "임차인이 자력으로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LH가 매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