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봄, 저를 반갑게 맞이 해주며 ‘더 큰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씀해 주신 순간을...잊지 못한다”
단상에 오른 최순호(61) 수원FC 단장의 목소리에는 그리움이 묻어있었다.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이 2일 오전 서울 장충동 앰버서더서울 풀만 그랜드불룸에서 개최됐다. 올해 신설된 ‘K리그 명예의 전당’은 선수·지도자·공헌자 부문으로 구성됐다. 이날 1세대 선수 부문에 이름을 올린 최순호 단장은 이회택(77) OB 축구회 회장으로부터 “불세출의 스트라이커, 초창기 K리그의 초석을 다진 1등 공신”이라는 추천과 함께 단상 위에 올랐다.
이후 감사 인사를 전한 최순호 단장은 내려갔다가 다시 무대로 향했다. 바로 공헌자 부문 헌액자인 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추천사를 위해서였다.
추천사를 읊는 최 단장의 목소리에선 떨린 음성과 깊은 그리움이 묻어났다. 최 단장은 눈시울을 붉히며 “박태준 회장님의 말씀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회장님은 한국 축구인의 수많은 최초를 함께 해주셨다. 훗날 한국 축구의 뿌리가 된 모든 부분이 회장님께서 만드신 유산이다”라고 말했다.
박태준 회장은 국내 최초 축구 전용 구장(스틸야드) 건립·프로 최초 클럽하우스 건립·국내 최초 프로 유스 클럽 시스템 확립 등 한국 축구계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다. 최순호 단장은 “회장님은 ‘한국 축구의 미래’에 맞춰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회장님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 속에서 한국 축구는 단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최순호 단장은 “크고 작은 고민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면 회장님이 계신 현충원을 찾는다”면서 “오늘 헌액식을 맞아, 많은 분들이 박태준 회장님의 말씀과 정신을 되새기고 저와 같이 따뜻한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리 수상자로 나선 박태준 회장의 아들 박성빈 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들판에는 많은 아이들이 공을 찬다. 주말에는 지역 축구팀의 유니폼을 입고 전용 구장을 향한다”라며 “또는 조기 축구로 흘리는 땀방울로 일상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도 한다. 지금 이 모습이 선친께서 상상한 프로 축구의 미래 아니었을까”이라고 상상했다.
이어 “앞으로도 프로 축구가 일상에 자리 잡고, 선도적으로 일깨우는 미래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