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타격 5개 부문 타이틀을 획득한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의 올 시즌 중간 성적표가 너무 낯설다.
이정후는 지난 7일까지 타율 0.221(113타수 25안타)를 기록했다. 지난해 타격 1위였던 그가 올해는 규정타석을 채운 64명 중 타율 54위까지 떨어져 있다. 시즌 초반임을 고려하더라도, 30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중 역대 통산 타율 1위(0.338)에 오른 타격 천재의 성적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달 들어 이정후는 1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이 타순에는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서 타격감을 빨리 회복하길 바라는 홍원기 키움 감독의 바람이 담겨 있다.
이정후는 6일 SSG 랜더스전 4타수 무안타, 7일 경기에선 6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2-5로 뒤진 2회 초 2루타 1개를 뽑았다. SSG 1루수 최주환이 제자리에서 타구를 잡으려고 했지만 타구가 워낙 빨라 글러브를 맞고 빠져나가는 행운도 작용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나선다. 선수가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키움 구단도 비공개 경쟁입찰(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해외 진출을 허락했다. 빅리그 진출을 대비해 이정후는 스프링캠프부터 타격폼 수정에 나섰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마치고 소속팀에 복귀한 이정후는 아직 제대로 반등하지 못한 상태다. 홍원기 감독은 "현재 이정후의 타구 질은 나쁘지 않다. 물론 헛스윙 비율이나 볼에 스윙하는 경우가 조금 늘었지만, 타구 스피드는 (이전과 비교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며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게 '이정후 걱정'이라고 하더라. 결과가 좋지 않을 뿐, 각종 지표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분석했다.
7일까지 이정후의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은 0.222로, 개인 통산 0.354를 한참 밑돈다. BABIP이 낮은 건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수비 시프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상대 팀은 좌타자 이정후의 당겨치기에 대비해, 홈플레이트 기준으로 수비를 우측으로 많이 수비수를 이동한다. 배트 중심에 맞은 안타성 타구도 상대 수비에 자주 걸리고 있다.
이렇게 상대의 수비 시프트에 걸려 안타가 줄어들면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스윙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홍원기 감독은 "시프트를 신경 쓰면 타격 메커니즘이 달라질 수 있다. 이정후가 이를 잘 극복해 자신만의 타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후도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고자 기습 번트를 시도하는 등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애쓰고 있다.
이정후 스스로가 시즌 초반의 난관을 타개해야 한다. 이정후의 부진 속에 지난해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올랐던 키움은 최근 4연패를 포함, 13승 17패(8위)로 부진하다.
이정후는 슬로 스타터 유형이다. 통산 성적을 보면 4월 타율이 0.286으로 가장 낮다. 반면 5월 0.362로 가장 높다. 홍원기 감독은 "출루나 안타로 뚫고 나가야 한다"며 "인플레이 타구가 좀 더 안타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