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준은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 호투로 개인 평균자책점은 종전 4.02에서 4.00으로 소폭 내렸다. 그러나 호투에도 승리 요건 대신 패전 요건이 더해졌다. 7이닝 동안 그에게 주어진 득점 지원이 단 한 점도 없었던 탓이다.
최원준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30승을 거둔 두산의 검증된 선발 카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승운이 좀처럼 따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하고도 8승 13패(최다패 1위)를 기록했고, 올 시즌은 9일 기준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하는 동안 승 없이 2패만 쌓았다.
이날도 선발로서 제 몫을 다 했지만, 호투하고도 승리 투수 요건은 그를 외면했다. 투구가 완벽하게 순탄했던 건 아니다. 1회를 2탈삼진 퍼펙트, 2회를 1피안타만 허용하고 막을 때만 해도 깔끔했다. 특히 2회는 네 타자에게 단 7구만 던지는 경제적인 투구로 막아냈다.
그런데 3회 돌연 흔들렸다. 선두 타자 유강남에게 낮은 스트라이크존에 직구를 꽂다가 우전 안타를 허용했고, 후속 타자 윤동희에게까지 중전 안타를 맞아 실점 위기를 맞았다. 후속 타자 김민석에게 번트 파울 두 개 후에 헛스윙 삼진으로 한숨 돌렸지만, 고승민에게 우익수 뒤 담장을 맞추는 대형 2루타를 허용해 결국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 4회에는 불의의 일격까지 맞았다. 선두 타자 안치홍과 마주한 그는 시속 124㎞ 슬라이더를 높이 던지다가 타구 속도 151.3㎞/h, 비거리 110m의 좌월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그래도 노련했다. 3회 실점 후에도 롯데 중심 타선을 상대로 공 6개로 남은 이닝을 마무리했던 최원준은 4회 역시 선두 타자 홈런이라는 '충격'을 받고도 단 5구로 아웃 카운트 3개를 얻는 효율투를 펼쳤다. 과감하게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를 꽂는 실투성 공도 분명 있었으나 스트라이크존의 양 끝단, 그리고 코너까지 찌르는 제구력 덕분에 가능한 결과였다.
5회 1볼넷, 6회 삼자범퇴로 마쳤던 그에게 7회는 옥의 티였다. 6회까지 72구 투구에 그쳤던 최원준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힘이 떨어진 탓일까, 아니면 빈타에 부담이 더해진 탓일까. 4회부터 6회까지 보여준 안정감이 다시 흔들렸다. 노진혁의 안타와 박승욱의 번트로 1사 2루 위기를 맞은 최원준은 유강남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결국 한 점을 더 내줬다. 후속 타자를 막으며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요건은 충족했으나 팀 승리와는 한 발짝 더 멀어지게 됐다.
결국 두산은 7회까지 제 몫을 다한 최원준을 0-3 패전 투수 요건인 상황일 때 마운드에서 내렸다. 시즌 네 번째 퀄리티 스타트였지만, 이날 경기 마지막 결과와 상관없이 최원준의 승리는 여전히 0에 멈춰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