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김민재(나폴리) 응원 구호인 ‘KIM’이 울려 퍼졌다. ‘김민재 닮은꼴’로 유명한 정동식(43) 심판을 향한 외침이었다.
지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K리그1 2023 12라운드. 김병수 수원 감독의 데뷔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 경기는 전북의 3-0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더 큰 점수 차가 날 뻔했다. 이미 승부가 기운 경기 종료 직전, 전북 윙어 문선민이 이동준의 패스를 받아 슬라이딩 슈팅으로 수원 골문을 열었다. 하지만 부심은 이동준이 공을 받은 후 깃발을 올리며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주심은 VAR 심판실과 교신했고, 결국 직접 영상을 보고 판단하는 온 필드 리뷰에 나섰다. 심판이 모니터 앞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때 전북 서포터석에서 김민재 응원 구호인 ‘KIM’이 나왔다.
이날 주심이 김민재와 판박이인 정동식(43) 심판이었기 때문이다. 전북 팬들은 ‘우리 골로 인정해달라’는 의미로 ‘KIM’을 외쳤다. 순간적인 팬들의 센스와 재치가 담긴 장면이었다.
정동식 심판은 4월 26일부터 5월 2일까지 축구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와 콘텐츠 촬영차 나폴리에 방문했다. 2022~23시즌 초반부터 이탈리아 세리에 A 선두를 달린 나폴리가 지난달 30일 살레르니타나전(1-1 무)에서 우승을 확정할 것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정 심판이 슛포러브와 그 순간을 영상에 담기 위해 직접 이탈리아 나폴리에 갔다.
이미 국내에서는 김민재와 똑같이 닮은 심판으로 유명한데, 이탈리아에서도 그의 외모는 화제가 됐다. 그가 나폴리 시내에 나가면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현지 팬들이 몰려들었다. 현지인들은 그가 김민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도 기념 촬영을 하는 등 환대했다.
즐길 줄 아는 정동식 심판의 태도도 유쾌했다. 그는 나폴리 팬들의 격한 반응에도 늘 웃으며 대했다. 현지 팬들과 섞여 나폴리 응원가를 부르는 등 ‘김민재 효과’를 제대로 즐겼다.
이번 나폴리 방문으로 국내에서는 더욱 유명 인사가 됐다. 정동식 심판이 출연한 가장 최근 슛포러브 콘텐츠가 5일 만에 조회 수 180만회를 기록했다. 그가 나온 영상은 ‘재밌다’는 반응 등 호평 일색이었다.
나폴리에서 돌아온 정동식 심판은 입국 당일, K리그2의 부천FC-충남아산전 VAR 심판을 보며 본업에 복귀했다. 주심으로 나선 수원과 전북의 경기에서는 국내 팬들에게 ‘KIM’ 구호를 들으며 국내 복귀를 환영받았다.
11년 차 베테랑인 정동식 심판은 2022년 대한축구협회(KFA) ‘올해의 심판상’을 수상했다. 매끄러운 경기 운영으로 본업에서도 호평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