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로 입문했으나 이번에는 공격수로 나선 스페셜 선수(발달장애인)가 있다. 프로축구연맹 통합축구팀 소속 송준석(30)씨의 얘기다.
‘2023 스페셜올림픽코리아 K리그 통합축구 클리닉’이 13~14일 양일간 충북 제천시 제천축구센터에서 개최됐다. 연맹과 스페셜올림픽코리아(이하 SOK)가 주최·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총 10개 팀 200여 명의 선수들이 제천시를 찾았다.
행사 첫날 간단한 레크레이션 프로그램을 마친 선수단은 14일 친선경기를 가졌다. 경기 방식은 11인제 축구로, 12분씩 진행됐다. 통합축구만의 룰도 있다. 선수단은 스페셜 선수 6명과, 파트너 선수 5명으로 선발을 꾸려야 한다. 교체는 수시로 가능하나, 동일 지위 내 교체만 가능하다. 이어 파트너 선수의 연속 득점은 인정되지 않는다. 파트너 선수가 골을 넣으면, 다음은 스페셜 선수가 넣어야 득점이 인정된다. 스페셜 선수에겐 연속 득점이 허용된다.
이날 연맹 소속으로 활약한 송준석씨는 스페셜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사회에선 요양원 보조 직무를 맡고 있는 송씨는 앞서 복지관의 소개를 받아 FC보라매(연맹·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 통합축구단)에 입단했다. 송준석씨는 “이 행사의 의미가 너무 좋아 보였다. 특히 파트너 선수와 함께 뛰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송준석씨의 포지션은 골키퍼다. 하지만 이날은 공격수로 나섰다. 그는 “원래 조현우 골키퍼를 좋아하는데,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손흥민 선수 활약에 너무 감동을 받았다. (월드컵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보고) 축구에 대한 꿈을 키워보게 됐다”고 말했다.
송준석씨는 연맹과 대전의 경기에서 공격수로 나섰다.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송씨는 “떨리기도 했지만, 계속 열심히 하겠다. 앞으로도 축구도 열심히 하고, 현재 맡고 있는 일도 충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함께 인터뷰에 응한 김동현(30) 연맹 뉴스지원팀 인턴은 파트너 선수로 행사에 참가했다. 선수 출신인 그는 규정상 경기에 뛰진 못했으나, 선수들의 훈련을 도왔다. 김동현 인턴은 “여러 행사에 참여했지만, 이렇게 스페셜 선수와 함께하는 건 처음이었다”며 “스페셜 선수들 모두 열정이 대단하다. 함께 웃고 즐기면서 봉사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김동현 인턴은 “1박 2일 동안 버스와 숙소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스페셜 선수와 가까이 할 기회가 없었는데, 그들의 삶을 많이 본 것 같다. 여기 와서 모두 친해진 것 같다”며 웃었다. 송준석씨 역시 “훈련을 통해 파트너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 전날 클리닉에서도 많은 걸 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터뷰 뒤 두 선수는 다음 경기 일정을 위해 웃으며 그라운드로 향했다. 연맹은 충남 아산과 경기에서도 0-0 무승부를 거두며 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