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 경기 전 KT 위즈 투수 박영현(20)이 삼성 라커룸을 방문했다. 이재현(20), 김영웅(20) 등 삼성의 루키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아하니 2022년 입단 동기들을 만나러 온 듯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오승환 선배님 언제 훈련 끝나?”
박영현은 중학교 시절부터 ‘오승환 바라기’였다. 삼성과 한국을 대표하는 ‘끝판대장’ 오승환(41)을 우상으로 삼고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왔다. KT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후에도 줄곧 오승환이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이야기해 왔다. 가을무대에서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운 후에는 “오승환 선배가 보셨을 것 같아 뿌듯하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엔 당돌하면서도 뜻깊은 만남을 가진 적이 있다. 10월 4일 삼성과의 경기를 앞둔 박영현이 먼저 커피를 싸 들고 삼성 라커룸으로 찾아가 오승환과의 만남을 요청한 것. 갓 프로에 데뷔한 신인이 베테랑 대선배를 먼저 찾아가는 당돌함을 보여줬다. 박영현은 우상과 사진을 찍고 전화번호도 교환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그로부터 반년 뒤, 삼성이 수원에 오자 박영현이 다시 오승환을 찾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우상을 향해 박영현은 조언을 구했다. “마운드에서 어떻게 안 흔들리고 멘털을 잡을 수 있습니까”라는 후배의 질문에 선배는 “자신의 컨디션이 어떻든 타자들의 컨디션도 마찬가지다. 자신감을 갖고 던져”라고 답했다. 생각이 말끔해진 후배는 더 위력적인 공을 던지며 KT에 없어서는 안 될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데뷔 2년 차. 누구보다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있는 박영현에게 우상의 조언은 큰 힘이 됐다. 현재 KT에서 박영현의 임무는 막중하다. 필승조 선배들의 부상과 부진 때문에 박영현이 책임져야 할 경기와 이닝이 많아졌다. 어깨가 무거운 그에게 우상의 조언은 자신감을 장착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됐다.
박영현은 체력적으로 힘든 강행군 속에서도 씩씩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는 “아직 시즌 초반이라 체력과 컨디션이 모두 좋다. 중반으로 갈수록 힘들겠지만, 이걸 잘 버텨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현의 꿈은 여전히 오승환 같은 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올해 마음을 굳게 먹고 시즌을 준비했다. 필승조로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것이 목표인데 지금 잘 이루고 있다”라면서 “지난해 경험과 오승환 선배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대로 시즌 끝까지 잘 달려보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