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에 비상이 걸린 두산이 잘 버텨내고 있다. 든든한 선발 투수로 성장한 최승용(22)이 있어서다.
두산은 15일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딜런은 이미 지난 4월에도 스프링캠프에서 입은 골타박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5월에야 1군에 데뷔했으나 2경기 평균자책점 8.00으로 부진하다가 재이탈했다. 4월 3승 1패 평균자책점 0.88을 기록했던 곽빈도 허리 염좌로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1선발과 3선발이 빠졌으니 선발진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걱정이 덜하다. 외국인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가 4승 2패 평균자책점 1.50으로 중심을 지키고 있다. 게다가 승운은 따르지 않아도 최원준이 안정감 있는 투구로 선발진을 지탱한다. 김동주는 2승 1패 평균자책점 1.44로 신인왕 경쟁에 도전장을 던졌다.
여기에 최승용이 합류해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당초 그는 4월 4선발로 뛰었다. 첫 경기에서 부진(4월 2일 NC 다이노스전 1과 3분의 2이닝 8실점)했으나, 이후 4경기에서는 모두 5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딜런이 복귀해 불펜으로 이동했지만, 선발 한 자리를 맡기에 손색없는 기량을 증명했다.
곽빈이 이탈했을 때 첫 기회를 받은 것도 최승용이었다. 지난 13일 선발 등판에서 그 기회를 살렸다.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기록했다. 딜런의 복귀가 늦어질 경우 최승용은 선발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최승용은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었던 건 선발이니까 불펜행이 아쉽긴 했다. 그래도 팀이 원하는 방향이니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내가 선발로도 불펜으로도 가치 있다고 받아들였다. 이승엽 감독님께서도 직접 찾아와 그렇게 말씀해주셨다. 주어진 임무를 해내면 다시 기회가 올 거라고 믿고 잘 준비했다"고 전했다.
최승용의 장점 중 하나가 효율성이다. 13일 경기에서는 단 80구로 6이닝을 막았다. 올 시즌 타석당 투구 수가 평균 3.65개(최소 4위)에 불과하다. 최승용은 "난 파이어볼러가 아니다. 제구에 신경을 더 써서 타자를 맞춰잡는다고 생각했다"며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하는 게 중요했다. 타자들이 구종을 노리기 어렵게 던졌다"고 설명했다.
든든하게 지탱해 주는 파트너 양의지의 조력도 컸다. 최승용은 "이전까지는 커브를 2스트라이크 후에 던지니 안타를 맞기도 했다. 의지 선배님께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커브 대신에 슬라이더·포크·직구를 던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의지 선배님도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해주셨다"며 "사실 워낙 대선배님이라 처음에는 먼저 말씀드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선배님이 내가 호투할 때는 칭찬도 해주시고, 흔들릴 때는 다독여도 주셨다. 그래서 이번에는 먼저 의견을 내봤다"고 돌아봤다.
최승용이 받은 기회는 '시한부'다. 곽빈과 딜런이 모두 돌아오면 불펜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도 기회를 최대한 살려볼 생각이다. 최승용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코칭스태프와 팬들께) 보여드리겠다. 그래야 다음 기회 때 또 선발로 던질 수 있을 것"이라며 "첫 경기 부진으로 평균자책점이 높아서 아쉽다. 남은 기간에는 좀 낮춰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