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 부산 두산-롯데전. 8회 말 롯데 전준우는 볼이라고 생각한 듯 반응하지 않았고, 이영재 주심은 스트라이크 삼진아웃으로 판정했다. 전준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8회 말 종료 후 공수교대 때 문제가 생겼다. 주심이 언짢은 표정으로 롯데 더그아웃으로 향했고, 롯데 감독과 코치가 나와서 중재한 후에 9회가 시작됐다. 현장에 있던 팬들과 중계를 보던 많은 이들이 이 상황을 목격했다.
타자가 타구 판정에 대해 심판에게 물어보거나 때로 납득할 수 없다는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다. 타구 판정은 심판의 권한인 만큼 정도를 넘어선 항의는 제재를 받게 된다. 심판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격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타자의 어필이 여느 경기에서나 흔히 볼 수 있거나 그보다 약했다. 심판이 이닝 종료 후 더그아웃으로 오는 격한 모습은 이례적이다.
해당 심판은 지난달 사직 야구장에서 공식적인 오심을 했던 터라 더욱 논란이 됐다. 해당 심판은 4월 7일 사직 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롯데의 경기에서 2루심으로 나섰다가 KBO 야구 규칙(5.06(c) 6항)을 잘못 적용해 KT 득점을 인정하는 오심을 저질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다음날 바로 2루심에게 무기한 퓨처스리그 강등과 벌금 100만 원의 징계 조치를 했고, 다른 심판들에게는 각각 100만 원의 벌금 및 경고 조치를 내렸다.
해당 KBO 조치에는 세 가지 입장이 드러난다. 첫 번째, 해당 문제를 '심한 오심이 거듭될 때'라고 인정했다. KBO 규정은 리그 관계자에 대한 벌칙 내규를 정하고 있다. 심판위원은 8가지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할 때 제재한다. 이중 오심과 관련 벌칙 규정이 제1항(야구 규칙 적용을 잘못하였을 때)과 제4항(심한 오심이 거듭될 때)인데, 이번 징계는 제4항의 '경고, 제재금 100만 원 이하, 출장정지 10경기 이하의 조치'에 해당한다. KBO는 해당 심판뿐만 아니라 다른 심판들까지 1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거운 책임을 부여했다.
두 번째, KBO가 무기한 퓨처스리그 강등 조치를 한 것은 해당 심판이 정규시즌에 출장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결과라 하겠다. 다른 심판들이 '경고' 조치를 받은 것에 비해, 해당 심판은 경고가 아닌 '무기한 퓨처스리그 강등' 조치를 받았다. 일반적인 출장정지가 퓨처스리그에도 출장할 수 없고 정지되는 경기수도 정해지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정규시즌에서 무기한으로 출장할 수 없는 제한이다. 심한 오심을 거듭하는 심판을 퓨처스리그에 출장하게 하는 것의 문제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말이다. 출장 제한보다는 규칙과 규정 시험이나 평가 등 실질적인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이번 징계에는 오심으로 경기의 흐름·내용·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도 보였다.
하지만 이런 KBO 입장이 무색하게도 무기한 퓨처스리그 강등조치를 받은 해당 심판은 한 달이 지나기도 전인 5월 2일에 정규시즌 심판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복귀 10일 만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KBO의 제재는 무색해졌다.
스포츠 경기는 결과를 판정할 심판이 필요하다. 선수를 포함한 관계자들은 판정에 권위를 부여하고 존중해야 한다. 다만 이를 위해 심판의 판정이 갖추어야 할 요건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규칙과 규정의 숙지, 정확한 적용, 공정한 판단이다. 판정에 대한 존중과 권위는 누가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