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손준호(32·산둥 타이산)가 중국에서 6일째 형사 구류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다. 다행히 조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 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빠르게 변호인을 선임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손준호 측은 17일 본지와 통화에서 “중국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 영사가 손준호를 접견하러 갔다. 조사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당하는 건 아닌지, 신변은 어떤지 확인하러 간 것”이라며 “걱정했던 것보다는 다행히 담담하게 잘 받아들이고 있고, 인권 침해 등도 없다고 전해 들었다. 가족들과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의 간단한 메시지 정도를 대신 주고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절차는 변호인 선임을 해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이다. 스탠바이는 다 해놓은 상태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움직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이 선임되는 대로 법적 다툼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KFA)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축구협회 등에 공문을 보내 조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도와줄 것 등을 요청한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역임했던 김정배 KFA 상근부회장도 문체부와 외교부, 중국대사관 등 모든 채널을 가동해 정보를 수집하고 대응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가 발급되는 대로 현지에 KFA 직원을 파견할 계획도 세운 상태다.
손준호는 지난 12일 가족들과 함께 잠시 귀국하려다 공항에서 체포돼 형사 구류 상태로 랴오닝성 차오양시 공안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형사 구류시 최장 37일까지 구금 상태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나흘이 지난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국민 한 명이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로 법에 따라 형사 구류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하오웨이 산둥 감독이 승부조작 등 비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손준호가 어떠한 배경으로 수뢰 혐의를 받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손준호 측은 승부조작은 물론 뇌물수수도 “말도 안 되는 혐의”라고 반발하고 있다. 40억원대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가 뇌물을 받을 일도 없고, 중앙 미드필더인 포지션 특성상 승부 조작에 가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적 과정에서도 뇌물 관련 범죄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없다는 게 선수 측의 일관된 입장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중국 외교부가 뇌물 수수 혐의로 손준호의 구금 사실을 밝혔다. 중국 축구계의 부패와 승부조작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소식이 전해졌다”며 “중국은 지난 3개월 간 적어도 4명의 관계자들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멤버였던 손준호는 지난 2014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전북 현대를 거쳐 2021년부터 산둥에서 뛰고 있다. 특히 이적 첫해 산둥의 중국 슈퍼리그와 FA컵 우승을 이끄는 등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