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았다. 2-1 상황이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나 했는데, 2사 만루 상황을 잘 막아줘 승리할 수 있었다. 한 달 반 동안 승리가 없었다. 내색은 안 해도 얼마나 짜증났겠나. 다행히 승리했으니 이제 술술 풀릴거다. 야수들이 해줘야 한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개막 후 약 6주 만에 첫 승을 거둔 최원준(29)에게 축하를 건넸다.
최원준은 지난 1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고 승리를 챙겼다. 시즌 7번째 등판 만에 거둔 첫 승이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3.64의 호투를 펼쳤던 걸 고려하면 엄청난 불운이다. 그동안 패전만 3개에 달했다.
이 감독은 17일 고척 키움전에 앞서 "너무 좋았다. 2-1 상황이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나 했는데, 2사 만루 상황을 잘 막아줘 승리할 수 있었다. 한 달 반 동안 승리가 없었다. 내색은 안 해도 얼마나 짜증났겠나"라며 "다행히 승리했으니 이제 술술 풀릴거다. 야수들이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원준이 받은 득점 지원은 16일 경기를 포함해도 평균 1.5점으로 KBO리그 선발 투수 중 최저를 기록 중이다.
위기도 있었다. 최원준은 6회 말 선두 타자 이정후에게 2루타, 후속 타자 임지열에게 안타를 맞고 실점 위기에 몰렸다. 결국 1사 후 김태진에게 희생 플라이로 첫 실점을 내줬고, 후속 두 타자에게 모두 볼넷을 줘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최원준 스스로 위기를 봉합하고 내려갔지만, 투수 교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었다. 더군다나 마지막 아웃 카운트였던 김휘집의 타구 역시 잘 맞아 외야로 향한 타구였다. 가슴이 철렁할 순간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김휘집의 타구가 만루에서 빠지면 역전을 허용했다. 맞는 순간 소리가 좋았는데, 정수빈이 타구 판단을 잘 해서 안전하게 포구해줬다. 그때 '승리하겠다'는 확신을 얻은 것 같다"며 "(연속 볼넷 허용 후) 정재훈 투수 코치와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투수 교체에 대해 우리가 고민을 많이 했다. 주자가 있을 때 구원진이 올라가 (구원에) 실패한 상황이 많았다. 아무래도 투수들이 주자가 많이 있으면 부담스러워했던 거 같다. 최원준이 구위는 많이 떨어졌고 볼넷이 많아진 상황이었지만, 정 코치가 이번 이닝을 최원준이 끝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 이닝을 맡겼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교체하고 싶은 욕심보다는 바꾸는 게 맞는지, 나은지 판단할 수 없었따. 투수 코치의 의지도 있고, 선수가 1승도 없었다. 만약 구원 투수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난조를 보이면 또 1승 기회를 날린다"며 "그래서 최원준 본인이 내보낸 주자를 스스로 막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떠올렸다.
한편 두산은 이날 선발로 전날 1군에 올라온 이원재를 예고했다. 이 감독은 "마음 편하게 하라해도 그럴 순 없을 거다. 그래도 본인이 마운드에 올라 공이 손에서 떠나지 않으면 플레이는 이뤄지지 않는다. 본인이 경기장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만큼 자신감 있게 투구해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