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1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6회말 무사 이정후가 2루타를 치고 출루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5.16/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를 천재성이 다시 빛나고 있다. MVP가 돌아왔다.
개막 첫 달(4월) 출전한 22경기에서 타율 0.218에 그치며 부진했던 이정후. 지난겨울 스탠스를 좁히고, 톱 포지션(배트를 잡는 손 위치)를 낮추는 등 꽤 큰 변화로 빠른 공 대처 능력을 키우려 했던 선택이 역효과가 나고 말았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5월 첫째 주까지 거의 매 경기 이정후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개막 초반에는 “(이정후의 반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했지만, 지난 9일 LG 트위스전을 앞두고는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 안 나가던 공에 배트를 냈다”라며 에둘러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지난 주중 3연전(9~11일)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원래 타구의 질은 나쁘지 않았지만,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 5월 초부터 MVP를 수상한 지난 시즌(2022) 폼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톱 포지션은 귀 부위로 올렸고, 준비 자세에서 이동발(좌타자의 오른발)을 두는 위치도 배터박스 상단 우측 가로선 끝 부근까지 벌렸다. 투수의 투구 시작 동작에 이동발을 홈플레이 쪽으로 끌어들여 발끝을 찍은 뒤 배트를 내는 특유의 메커니즘도 회복했다. 왼발 끝을 두는 위치도 시즌 초반엔 배터박스 하단 가로선과 평행이 되도록 뒀지만, 원래대로 45도 정도 마운드를 향하게 고쳐뒀다.
이정후는 13일 NC 다이노스전에서 2루타 1개 포함 2루타를 쳤다. 두산 베어스와의 이번 주중 3연전 1·2차전에서도 각각 3안타와 2안타를 쳤다. 지난 시즌 타점왕에 오를 만큼 득점권에서 강했던 모습도 되찾았다. 야구팬이 알던 이정후가 돌아왔다.
이정후는 “편안한 자세로 돌아가려다 보니 다시 지난 시즌 폼이 된 것 같다”했다.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이미 변화를 준 폼을 되돌리는 것도 쉽지 않다. 발끝의 각도조차 영향을 미칠 만큼 셀 수 없이 많은 요소가 모여 만들어지는 타격 메커니즘이다. 겨우내 바뀐 폼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 게 분명히 이전 폼을 되찾는 데 장애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아예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타자처럼 자연스럽게 2022시즌 버전 스윙을 보여주고 있다.
이정후는 5월 타율 0.305를 기록했다. 장타 생산도 많아졌다. 끝내기 홈런이나 멀리 히트를 기록한 뒤 다시 침묵했던 4월과는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처럼 타석에서 위압감이 커졌다.
누구나 원래 타격 폼을 빨리 되찾을 수 있다면, 이런 시도를 ‘모험’이라고 표현하지 않을 것이다. 더 좋은 타구를 만들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다. 이정후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달라진 타격 폼으로 좋은 성적은 내지 못했지만, 이런 실패 속에서도 천재성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