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신나는데 울컥한 마음을 지울수가 없다. 가수 김동률의 새로운 음악적 도전과 배우 조우진의 명품 연기가 만나 많은 이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
김동률이 ‘황금가면’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11일 4년 만에 신곡을 내면서 오랜 기간 기다린 팬들에게 위로의 선물을 전달했다. 김동률 하면 청자의 마음을 깊게 울리는 정통 발라드 곡을 떠올린다.
이번엔 달랐다. ‘황금가면’은 김동률 데뷔 이후 가장 빠른 BPM을 자랑한다. 특히 올 어쿠스틱 밴드로 녹음돼 미디가 없던 시절의 빈티지한 사운드와 그루브를 정공법으로 재현해냈다는 평가다.
사실 김동률은 이전부터 느린 템포와 미디엄 템포 등 여러 다양한 느낌의 곡들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보컬 스타일을 보여주곤 했다. 그의 대표곡 중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리플레이’ 같은 경우 쉼이 있는 템포가 아닌 앞뒤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멜로디 템포로 곡의 높은 스토리적 완성도를 보여준 바 있다.
이번 ‘황금가면’에서 김동률은 과거 가수 이소은과 함께 부른 ‘욕심쟁이’가 떠오르는 보컬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는 한 음절을 찍어 녹음한 듯한 통통 튀면서 다소 가볍고 신나는 발성을 드러냈다. 복고풍의 어쿠스틱 드럼 사운드 위 얹어진 그의 목소리는 곡 전개에 찰떡궁합이다.
‘황금가면’이 주목을 받는 데에는 뮤직비디오도 한 몫 했다. 공식 뮤직비디오 영상에 달린 ‘조우진 배우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라는 댓글처럼 그의 연기가 눈에 띈다. 조우진이 ‘황금가면’이라는 가상 히어로의 주인공으로 분해 연기했는데 잠시나마 김동률의 노래가 아닌 조우진의 뮤지컬을 느끼게 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4분대의 짧은 영상에서 조우진은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오피스물 혹은 영화를 연상시키는 그의 연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김동률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몰입도가 상당하다. 뮤직비디오는 분명 빠른 템포와 엉뚱한 상상으로 펼쳐지지만 많은 이들에게 공감 포인트를 던지며 찰나의 울컥함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만큼 조우진의 연기와 김동률의 보컬이 잘 어우러졌다는 방증이다.
김동률과 조우진의 호흡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김동률이 ‘황금가면’ 뮤비 주인공으로 조우진을 가장 먼저 떠올렸고 평소 그의 팬이던 조우진도 섭외를 흔쾌히 수락했다. 조우진은 뮤직비디오 속 댄스를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황금가면’은 바쁘고 힘든 일상 속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을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상이 말하는 그 정답이 너무 어려워’, ‘아무리 애써도 사라지는 그 시절의 내 꿈들은 어디로 갔을까 당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애틋한 순간의 감정들을 가사로 표현했다. 마냥 흥미로운 느낌을 주는 줄만 알았던 곡의 반전을 알리는 부분이다. 거리 위를 무작정 뛰며 소리를 내지르는 조우진의 연기와 김동률의 보컬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뮤지컬의 클라이맥스를 연상시키는 화려하고 생명력 넘치는 반주 역시 이번 곡이 얼마나 스토리 라인에 힘을 줬는지 알게 한다.
‘황금가면’은 김동률의 진심이기도 하다. 그는 곡 발표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팬데믹 시기의 음악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할 때 뮤지션으로서 의욕을 상실했던 시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시기를 겪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이렇게 여러모로 과감한 시도를 할 순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면서 “역시나 제가 가슴이 뛰는 순간은 음악을 만들 때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이제 이 위로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 싶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그래서일까. 뮤직비디오 초반 무기력했던 조우진이 화려한 상상 속에서 현실로 돌아와 서류 종이를 과감히 집어던지는 모습은 김동률이 ‘황금가면’으로 들려주고자 했던 응원의 메시지를 그대로 삼킨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