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은 '보는 맛'이 있는 선수다. 탄탄한 체격(1m92㎝·몸무게 100㎏)에서 나오는 힘이 어마어마하다. 염경엽 LG 감독은 이재원을 두고 "170㎞/h 이상의 타구 스피드를 만들 수 있는 스윙과 힘을 갖고 있다”며 "(이재원의 타구 속도는) 연습 때부터 압도적이라고 보면 된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톱 클래스 수준"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정말 그럴까. 이재원은 지난 16일 잠실 KT 위즈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폭발시켰다. 4회 터트린 첫 홈런의 타구 속도가 178.8㎞/h, 7회 두 번째 홈런도 174.8㎞/h로 빨랐다. 이날 잠실구장에선 홈런 5개가 쏟아졌는데 이재원의 타구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1회 나온 김민성(LG)의 홈런 타구 속도(159.6㎞/h)보다 20㎞/h 정도 더 빨랐다. 까마득하게 날아간 타구는 외야 펜스에 꽂혔다. 4회 홈런 비거리는 136m(트랙맨 기준·스포츠투아이 기준 135m)로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나온 홈런 중 최장 비거리를 자랑했다.
2023시즌 MLB에서 기록된 가장 빠른 타구 속도는 20일(한국시간) 기준 맷 올슨(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118.6마일(190.9㎞/h)이다. 이재원의 178.8㎞/h는 톱100이라고 볼 수 있다. 111.1마일(178.8㎞/h)을 기록한 J.D 마르티네스(LA 다저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마르티네스는 빅리그 통산 홈런이 287개인 슬러거. 이밖에 완더 프랑코(탬파베이 레이스·111마일) 놀란 아레나도(세인트루이 카디널스·110.3마일)를 비롯한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에 뒤지지 않는다. 리그가 달라 직접 비교가 어려울 수 있지만 그만큼 이재원의 타구 속도가 두드러진다.
염경엽 감독은 "이재원은 스윙 라인이 좋다. 그래서 타구의 질도 굉장히 좋다. 170㎞/h 이상의 타구 스피드를 만들 수 있는 스윙과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힘을 갖고 있어도 그걸 못 쓰는 선수가 있다. 재원이는 힘도 힘인데 스피드를 가졌다. 둘을 가져서 숫자(타구 속도)가 나오는 거다. 하면 할수록 (기량이) 늘 거여서 경기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덩치가 크면 순발력이 떨어지지만, 이재원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이호준 LG 타격 코치도 "간단하다. 이재원은 힘이 좋은 선수다. 타고난 힘을 공에 잘 전달해 빠른 타구 스피드가 나온다"면서 "덩치나 하드웨어는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장점인데, 그 장점을 가지고 정타를 맞췄을 때 빠른 타구 스피드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무엇인가를 해서 타구 스피드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부모님께 감사해야 할 정도로 (여러 신체 조건을) 타고났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코치도 현역 시절 건장한 체격(1m87㎝·몸무게 95㎏)을 앞세워 통산 337홈런을 터트렸다.
그는 "이재원이 가진 능력이 일반 선수들과 좀 다르다. 그래서 정확성만 길러준다면 (한 시즌) 30홈런을 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 땅볼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앞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며 "지금은 정확성을 높이려고 훈련하지, 타구 스피드나 비거리를 늘리는 훈련을 시키지 않는다. 본인 가지고 있는 장점으로 정확성을 높이려고 훈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