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은 올 시즌 복덩이 같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결승타가 벌써 8개로 리그 1위. 사진은 지난 7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스리런 홈런을 친 뒤 기뻐하는 모습. IS 포토
이 정도의 활약을 예상이나 했을까.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30·LG 트윈스)이 '승리'를 부른다.
오스틴은 22일 기준 KBO리그에서 결승타 8개를 기록, 이 부문 2위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6개)에 2개 앞선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면 지난해 결승타 1위 김현수(LG)의 17개를 가뿐하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지난 시즌 결승타를 가장 많이 때려낸 외국인 타자는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로 12개였다.
결승타가 많다는 건 그만큼 승리 공헌도가 높다는 의미다. LG가 26승(1무 14패)을 기록 중이라는 걸 고려하면 팀 승리의 30.8%를 오스틴이 책임진 셈이다. 문보경과 오지환(이상 4개)의 결승타도 적지 않지만, 오스틴의 활약이 독보적이다.
결승타만 많은 것도 아니다. 오스틴은 40경기에 출전, 타율 0.333(156타수 52안타) 4홈런 32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0.374)과 장타율(0.462)을 합한 OPS가 0.836로 준수하다. RC/27은 6.85로 외국인 타자 중 1위.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으로 올 시즌 리그 평균은 4.27이다.
오스틴 딘은 올 시즌 경기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팀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박해민 적시타 때 득점하는 오스틴의 모습. IS 포토
계약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스틴의 올 시즌 연봉은 40만 달러(5억2000만원)로 프로야구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 중 최저. 극심한 타격 부진 탓에 현재 퇴출설이 도는 브라이언 오그레디(한화 이글스·연봉 70만 달러)보다 적다. 외국인 타자 중 계약 조건이 가장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LG는 아브라함 알몬테와 계약에 합의했다가 철회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알몬테가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차선책이 필요했고, 고심 끝에 선택한 선수가 바로 오스틴이다. 영입 1순위로 고려한 선수가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예비고사'를 망쳤다. 오스틴의 시범경기 타율이 0.194, 출루율도 0.275로 낮았다. 대부분의 공격 지표가 떨어지면서 선수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최근 수년간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경험한 LG로선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대신 염경엽 LG 감독은 가능성을 봤다. 염 감독은 "경기하면서 변화구 대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는데 변화구를 콘택트하고 지켜보는 걸 보고 무조건 좋아지겠다고 생각했다. 터무니없이 스윙하면 적응하기 힘든데 대처하는 걸 보면 '꽝'은 아니다"라고 격려했다. 실제 오스틴은 '본고사'에 강한 모습이다. 정규시즌이 개막하자마자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헛스윙 비율(7.1%)과 타석당 삼진(KK/PA·0.14) 모두 안정적이다.
지난해 LG 4번 타자로 가장 많이 출전했던 채은성(한화 이글스)이 자유계약선수(FA)로 팀을 떠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강남(롯데 자이언츠)까지 FA 이적을 선택, 중심 타선에 큰 공백이 생겼다. 포수 박동원을 FA로 영입했지만, 물음표가 많았다. 그런데 오스틴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4번 타순을 지킨다.
LG는 오스틴 덕분에 4번 타순 타율이 0.320으로 리그 1위(10위 롯데·0.252). 더 나아가 전력 질주에 허슬 플레이까지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한다. 경기가 끝나면 유니폼이 흙으로 뒤덮여 있다. 적재적소 결승타까지 책임지니 '복덩이'가 따로 없다. 오스틴은 인터뷰마다 개인보다 팀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LG의 우승"을 첫 번째 목표로 얘기한다. 현재 활약이라면 '허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