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에서 7-5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시즌 21승 19패 1무를 기록한 두산은 '3강'의 바로 다음 자리에서 4위를 지켰다. 한편 삼성은 시즌 22패(17승)를 기록하며 주말 위닝 시리즈의 기세를 잇는 데 실패했다.
이날 마운드의 주인공은 베테랑 장원준이었다. 지난 2004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데뷔한 그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8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한 꾸준함의 상징이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 중 한 명이었고, 큰 무대에서도 강했다. 2015년 두산 베어스로 이적하자마자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끌었고, 2016년과 2017년에도 팀의 국내 에이스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러나 2018년 돌연 기량이 떨어졌고, 다시는 에이스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해 거둔 3승을 마지막이었고, 장원준의 통산 승수는 129에서 멈췄다.
5년 동안 채워지지 않았던 1이 드디어 채워졌다. 장원준은 올해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지만, 퓨처스(2군)리그에서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하며 선발로 자신을 담금질했다. 그리고 마침내 23일 1군 선발 등판의 기회를 잡았다.
아홉 수는 이번에도 넘기가 쉽지 않았다. 장원준은 1-0으로 앞선 2회 초 호세 피렐라와 강민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이어 강한울의 기습 번트를 두산 내야진이 처리하지 못해 피렐라가 득점했고, 삼성은 1사 후 적시타 2개로 4점 짜리 빅 이닝을 만들었다. 장원준은 그래도 버텼다. 2회를 추가 실점 없이 막았고 3회와 4회는 산발 피안타만 내주고 실점은 주지 않았다.
장원준의 1승을 위해 타선과 불펜진이 나섰다. 두산은 3회 말 1사 후 양의지와 양석환의 연속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호세 로하스, 김재환이 왼쪽 담장까지 날아가는 대형 2루타 2개를 폭발, 4-4 동점을 만들었다. 2사 후에는 송승환이 다시 왼쪽 담장을 맞춰 역전 2루타를 터뜨렸고, 이유찬도 적시타를 더해 6-4로 리드를 벌렸다.
이승엽 감독은 5회에도 장원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130승 기록 달성을 위한 의지가 보였다. 장원준도 믿음에 보답했다. 선두 타자 김지찬을 상대로 4구 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김현준과 구자욱은 공 4개만 던져 땅볼 2개를 이끌었다. 5이닝 70구.
장원준이 임무를 다한 두산은 지키기에 나섰다. 6회 마운드에 박치국이 올랐다. 5년 전 마지막 승리 때에도 장원준의 바로 뒤를 지켰던 투수였다. 박치국이 1이닝 무실점으로 계투의 시작을 알렸고, 왼손 이병헌(3분의 1이닝 1실점)이 한 점을 내줬을 뿐 김명신(3분의 2이닝 무실점) 정철원(1이닝 무실점)과 마무리 홍건희(1이닝 무실점)이 박치국의 승리를 철통같이 지켜냈다.
타선은 5회 허경민의 안타로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했다. 올 시즌 팀 2번째이자 리그 6번째 기록이다. 지난주 일요일 휴식을 부여받은 정수빈이 5타수 2안타 2득점, 타격감이 달아오른 양의지가 3타수 3안타 1득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하위 타선에서 송승환(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이유찬(4타수 2안타 1타점)도 힘을 보탰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전 "오늘 결과에 따라 선발진 변화가 있을지, 똑같이 갈지 결정하겠다"며 "우리 선발 투수들이 이제 조금씩 피로도가 쌓일 때가 됐다. 지금도 중요한 시기지만, 여름이 다가오면 투수 운용 중요성 차이가 나타난다.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서는 관리해 줘야 한다. 결과를 보고, 선수 상태를 보겠다"고 했다. 장원준이 내민 성적표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131승 도전 역시 기대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