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폼의 드라마와 예능이 늘고 있다. 기존 콘텐츠들이 50~60분 가량의 롱폼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 몇 년 사이 길지도 짧지도 않은 30분 안팎의 미드폼 드라마와 예능이 OTT를 중심으로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 미드폼 콘텐츠 제작이 활발한 이유로 시청환경의 변화와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와 제작기간이 꼽힌다.
웨이브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는 각 에피소드마다 25분 가량의 러닝타임으로 진행된다. 화제작인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는 일부 회차를 제외하고 30~40분 내외다. 올해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티빙 드라마 ‘몸값’,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도 30분 내외다.
미드폼 콘텐츠의 특징은 무엇보다 ‘짧고 집약적’이라는 것이다. 플랫폼 다양화로 유튜브를 통해 짧은 분량의 콘텐츠를 경험하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이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롱폼 콘텐츠의 시청 시간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드라마와 예능할 것 없이 콘텐츠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시청 도중 다른 콘텐츠로 이동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이에 따라 시청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고, 콘텐츠 선택의 진입장벽을 낮춰 콘텐츠 자체에 대한 유입을 늘리는 미드폼 제작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용배 웨이브 매니저는 “요즘 시청 패턴은 가볍게 ‘이거 한번 볼까’라며 작품 선택을 하고 정주행을 할지는 추후에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미드폼 콘텐츠는 심리적으로 콘텐츠 진입장벽을 낮추기 때문에 수용성이 크다”며 “실제 분석 결과 인기 미드폼 콘텐츠의 경우 분량이 적더라도 롱폼 대비 시청량이 뒤지지 않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드폼 제작은 OTT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과거 지상파와 케이블이 주도한 콘텐츠 시장에선 동시간대 경쟁, 광고 확보 등을 이유로 평균 60분 편성에 러닝타임 55분이 기본이었으나, 이러한 제약이 없는 OTT는 콘텐츠 환경 변화에 빠르게 올라타 유연하게 러닝타임을 바꾸면서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OTT를 중심으로 미드폼 제작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콘텐츠의 다양성도 커졌다. 상대적으로 짧은 제작 기간과 적은 제작비로 시도할 수 있는 스토리와 장르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왓챠의 BL물 ‘시멘틱 에러’와 카카오TV가 공개한 우리나라 며느리들의 이야기 ‘며느라기’ 등이 대표적이다. ‘시멘틱 에러’의 제작사인 래몽래인 이하은 기획 PD는 “롱폼이었다면 회차가 적어지거나 짝수편으로 맞춰야 했겠지만, 미드폼으로 제작하면서 유연하게 한 회차에 밀도 높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드폼 콘텐츠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드폼 제작을 주도하고 있는 OTT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새로운 형식과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데다, 미드폼이 비용 대비 효율성 면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력적인 제작 형식이기 때문이다.
‘성+인물’로 첫 미드폼 예능을 선보인 넷플릭스는 올해 최소 7편의 예능 중 대부분을 미드폼으로 제작한다고 밝혔다. 유기환 넷플릭스 예능 다큐 기획 디렉터는 최근 라인업을 소개하면서 “미드폼을 통해 시청자에게 좀 더 빠르고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웨이브 대표 또한 지난달 열린 ‘2023 웨이브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에서 “플랫폼에서 중요한 것은 시청 점유시간이지만 그렇다고 작품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시청자들을 붙잡을 수는 없다”며 “30분 가량의 6부작 또는 8부작 미드폼은 시청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앞으로도 중요한 콘텐츠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