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장원준이 더그아웃에서 미소 짓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장원준(38·두산 베어스)이 마침내 130승 고지에 올랐다.
장원준은 2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피안타 4실점을 기록하고 승리 투수가 됐다. 올 시즌 첫 번째 승리였다. 그리고 2004년 4월 8일 프로 첫 승 후 19년 만에 거둔 130번째 승리였다. 130승은 KBO 역대 11번째(왼손 4번째) 기록이다. 장원준은 37세 9개월 22일 나이에 승리하면서 송진우의 역대 왼손 최고령 승리 기록을 깼고, 임창용(42세 3개월 25일)에 이은 역대 최고령 승리 2위에 올랐다.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장원준이 2회초 1실점한뒤 마운드에 올라온 양의지의 격려를 받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실점이 많았고 구속도 직구 평균 138.8㎞/h, 투심 패스트볼(투심) 평균 137.4㎞/h(이상 스포츠투아이 기준)로 평범했다. 그러나 그는 958일 만의 선발 등판에서 5이닝을 버텨냈고, 1844일 만에 승리할 자격을 얻었다.
장원준은 "그동안 많이 쫓겼다. 빨리 복귀해 팀에 보탬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2군에서도 너무 급하게 준비했다"며 "투구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서 되찾는 데 오래 걸렸다. 지금 몸 상태를 고려하면 예전 폼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좋았을 때 폼을 자꾸 쫓아가려고 했고 그게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장원준이 5회 삼성 공격을 막아내고 들어오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그는 세월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장원준은 "팔을 억지로 위에서 아래로 던지려 하지 않기로 했다. 옆으로 회전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대로 던지자고 생각했다. 그러니 밸런스가 예전보다 좋아지는 중이다. 힘을 쓰는 포인트도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장원준의 이날 직구 상하 릴리스포인트는 168.9㎝였다. 가장 높았을 때(2018년 182㎝)와 차이가 컸다.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장원준이 3회를 무실점으로 마치고 포수 양의지와 들어오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직구(4구) 힘으로 찍어 누르는 대신 범타를 유도하는 투심(31구)으로 효과를 봤다. 장원준은 "2군에 있을 때 권명철 투수 코치님이 투심을 던져보는 게 어떠냐 하셨다. 2군에서 잘 먹혔다. 투심을 던지다 직구를 던지니 타자가 타이밍이 늦더라.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여러 인연이 함께 했다. 특히 5년 전 장원준이 마지막 승리를 거뒀을 때 마스크를 썼던 양의지가 NC 다이노스에서 돌아와 다시 배터리를 짰다. 당시 첫 번째 구원 투수로 승리를 지켰던 박치국은 이번에도 장원준의 바로 뒤에서 무실점 호투했다.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이 7-5로 승리 했다. 승리투수로 통산 130승을 달성한 장원준이 주장인 허경민의 축하를 받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이 7-5로 승리 했다. 승리투수로 통산 130승을 달성한 장원준이 양의지와 포옹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양의지는 "(5년 만에 합을 맞춰) 원준 형이 던지던 패턴이 생각나지 않아 2회(4실점) 정신없이 맞았다. 선수들은 마음을 비우고 경기했다. 그러니 잘 된 것 같다. 형이 (승을 못 한 게) 벌써 몇 년째인가"고 웃으며 "흔들릴 때 감독님께서 믿어주시니 형이 편하게 던지신 것 같다. 함께 오래오래 야구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치국도 "정말 승리를 지켜드리고 싶었고, 잘 던지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더 선발로 나와주시면 좋겠다. 내가 뒤에서 잘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장원준은 "아프면서도 선발에 미련이 있었다. 이렇게 그만두면 후회할 거로 생각했다. 올해는 미련 남기지 말자고 다짐했다"며 "마운드에서도 그랬다. '괜히 내 공을 던지지 못해 볼넷을 줘 미련을 가지고 내려올 거라면 초구부터 가운데 실투로 홈런 맞더라도 던지자' 다짐했다. 그러면 '내 공이 안 통하는구나' 느끼고 그만둘 것 같았다"고 했다. 4실점에도 무사사구를 기록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이 7-5로 승리 했다. 선발승으로 통산 130승을 달성한 장원준이 동료들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장원준은 KBO리그 통산 다승 10위에 올랐다. 9위 배영수 롯데 자이언츠 투수 코치(131승) 기록도 코 앞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승리 미련은 전혀 없다"고 웃으며 "이제 개인 목표는 없다. 지금처럼 팀이 원하는 위치에서 하나하나 팀이 이길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