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2·마요르카)을 향한 유럽 구단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들을 비롯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나폴리, AC밀란 등 이적설이 제기된 구단 수도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강인을 둘러싼 기류가 불편한 구단이 있다. 이강인을 스스로 내쳤던 친정팀 발렌시아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이 10살 때 유스팀에 입단해 연령별 유스팀을 거쳐 프로까지 데뷔한 ‘친정팀’이다. 그러나 이강인과 발렌시아의 동행은 10년 만인 지난 2021년 여름 계약 해지를 통해 막을 내렸다. 이강인은 프로 데뷔 후 발렌시아에서 출전 시간을 두고 적잖은 설움을 겪었고, 결국 남은 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동행을 마쳤다. 사실상 방출이었다.
실제 이강인은 2020~21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4경기에 출전했지만, 선발은 15경기에 불과했다. 출전 시간은 1266분에 그쳤다.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데도 가장 먼저 교체되는 경기도 있었다. 벤치에 앉아 좌절하고 있는 이강인의 모습은 스페인 현지에서도 많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원했던 이강인의 요구를 발렌시아 구단은 비유럽 선수 쿼터(3명) 초과 영입으로 답했다. 비유럽 국적 선수 한 명을 반드시 내보야했던 상황에서 발렌시아 구단이 선택한 건 이강인과의 계약해지였다. 이강인은 결국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됐고,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한 마요르카에 입단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발렌시아의 결정은 오판이었고, 지금은 뼈저린 후회로 남았다. 마요르카로 이적해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받자 이강인의 재능도 라리가에서 돋보일 만큼 활짝 피었기 때문이다. 발렌시아는 이적료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이강인을 놓쳤지만, 마요르카는 올여름 적어도 1500만 유로(약 214억원)의 이적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스페인 마르카도 25일(한국시간) “발렌시아는 올여름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떠올려야 하는 사례가 자유계약으로 떠났던 이강인”이라며 “이적료 없이 떠났던 이강인은 지금 1500만 유로의 가치를 지닌 선수가 됐다. 그의 성장을 도왔던 구단이 바로 발렌시아였다. 경영진이 반성해야 할 이름”이라고 꼬집었다.
유스팀 포함 발렌시아에서 10년 간 성장하다 떠난 이강인은 마요르카 이적 두 번째 시즌 만에 자신의 모든 기록을 ‘커리어 하이’로 세웠다. 출전 시간은 지난 시즌보다 2배 가까운 2673분이고, 선발 출전 수는 이미 지난 시즌보다 2배 넘게 많은 31경기다. 이같은 충분한 출전 기회는 6골 4도움,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라는 기록으로도 이어졌다. 공격 포인트뿐만 아니라 이강인의 영향력 자체가 마요르카의 에이스다.
마르카 역시 “발렌시아는 2021년 여름 비유럽 선수 쿼터 한 명을 내보내야 했고, 결국 이강인을 자유계약으로 떠나보냈다. 스스로 반쯤 연마한 다이아몬드를 아무런 보상도 없이 풀어줘야 했던 셈”이라며 “이강인이 마요르카로 이적할 당시 발생한 비용은 제로(0)였다. 계약을 해지한 만큼 발렌시아는 향후 이강인이 다른 구단으로 떠나도 관련된 이적료 수익 옵션을 포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강인의 뜨거운 이적설에 웃고 있는 팀은 그를 10년간 키웠던 발렌시아가 아닌, 공짜로 그를 품었던 마요르카가 됐다. 그것도 결별 두 번째 시즌 만에 재능이 폭발했으니 발렌시아 입장에선 뼈저리게 후회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올시즌 이강인이 에이스로 활약한 마요르카는 리그 중위권에 안착한 반면, 발렌시아는 2부리그 강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최근엔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여 전세계의 비판까지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