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사슴의 왕’은 포용에 대한 이야기다. 갈등하는 두 나라와 전염병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길고 힘겨웠던 코로나19와 전쟁을 끝낸 전 세계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한다.
‘사슴의 왕’은 한때 최강의 전사로 이름을 떨쳤으나 제국의 노예로 전락, 광산에 갇혀 있던 반이 들개들의 습격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함께 생존한 소녀 유나와 함께 탈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미지의 전염병인 ‘미차르’가 창궐하는 중세시대. 이상하게도 침략국인 츠오루 제국의 사람들에게만 퍼지는 전염병은 많은 이들에게 미스터리다. 늑대에게 물리면 시작되는 이 전염병에서 살아남은 반. 천재 의사라 불리는 홋사르는 그의 피에서 전염병을 해결할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뒤를 쫓는다.
츠오루 왕국에게 점령당한 아카파 왕국에겐 전염병 ‘미차르’는 절묘한 수다. 이 전염병을 잘만 이용하면 정복국인 츠오루에 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목은 반목을 낳고, 비극은 비극을 낳는 법. 피를 부르는 복수는 선량한 사람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한다.
나라와 나라는 종속 관계에 있지만, 그 안에서도 사랑은 싹튼다. 국적을 넘어 사랑을 완성한 부부와 어디서 온 아이인지 출신이 불분명한 유나에게 부정을 느끼는 반, 병은 저주가 아니니 반드시 해결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홋사르. 이들은 전쟁이 거듭되고 양국의 반목이 심화되는 와중에도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만들어낸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지나오며 전 세계는 전염병 뿐 아니라 곳곳에서 퍼져나가는 혐오의 정서와 싸워야했다. 그 병이 특정 지역에서 시작됐다는 이유로 해당 국가나 인종 전체가 혐오의 시선을 받았고, 심심치 않게 욕설이나 폭행 등 혐오로 인한 범죄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스크, 백신, 격리 등 전염병 관련 많은 조치들이 각지에서 갈등을 낳았다. 코로나19가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심리적 거리까지 멀어지게 한 것이다.
전대미문의 전염병 앞에서 모두가 당황했던 시기, 일본에서 ‘이 시국을 예언했다’는 평을 받았던 소설이 바로 ‘사슴의 왕’이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사슴의 왕’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일본에서 개봉해 팬데믹을 지나가고 있는 모두에게 강인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반은 자신을 신뢰하는 유나를 통해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감정을 되찾고, 그런 반은 의사 홋사르와 다른 아카파 왕국 이들의 마음까지 흔들어놓는다. 그 모든 갈등과 반목을 뒤로 하고 ‘사슴의 왕’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포용과 사랑이 진정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이라는 것.
영화는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등의 작화를 맡았던 애니메이터 안도 마사시 감독이 연출했다. ‘모노노케 히메’에서 보여준 마사시 감독의 섬세한 동물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 연출을 ‘사슴의 왕’에서도 만날 수 있다. 올 들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만큼 ‘사슴의 왕’ 역시 관객들의 기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세 관람가. 11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