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인종차별 피해를 당한 팀 동료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위해 특별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인종차별 사건이 일어난 바로 다음 경기에서 선수단 모두가 비니시우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선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은 25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22~23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6라운드 홈경기 라요 바예카노전을 앞두고 비니시우스의 이름과 등번호(20)가 새겨진 유니폼을 단체로 입었다.
이날 선발로 출전하는 선수들은 물론 엔트리에서 제외된 선수들도 모두 그라운드에 나서 비니시우스와 연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관중석에서도 팬들이 ‘우리는 비니시우스와 하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며 비니시우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원정팀인 라요 바예카노 선수들도 힘을 보탰다. 선발로 나서는 선수들은 ‘인종차별을 축구에서 쫓아내자’는 플래카드를 함께 들어 보이며 스페인과 전 세계에 메시지를 분명해 전했다. 비니시우스는 전 경기 퇴장 징계는 취소됐지만 무릎 부상으로 이날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는데, 팬들의 응원과 박수에 관중석에서 일어나 화답했다. 경기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경기 중에도 비니시우스를 향한 동료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호드리구는 결승골을 넣은 뒤 오른 주먹을 들어 올리고 고개를 숙이는 ‘블랙 파워 경계’ 세리머니를 펼쳤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미국 흑인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저항했던 세리머니였다.
앞서 비니시우스는 지난 22일 발렌시아 홈구장인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발렌시아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 경기 전부터 ‘원숭이’라는 외침 속에 구단 버스에서 내려 경기장으로 향했던 그는 경기 중에도 거듭 인종차별을 당했다.
급기야 경기 중에는 자신에게 인종차별을 가한 관중과 날 선 신경전까지 펼쳐 경기가 중단됐다. 경기가 재개된 뒤 발렌시아 팬들은 그라운드로 라이터 등 쓰레기를 투척해 또다른 논란이 일었다.
비니시우스는 경기 막판 상대 선수들과 몸싸움을 하다 레드카드까지 받았는데,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야유에 그는 발렌시아의 2부리그 강등을 바라는 듯한 제스처를 답했다. 경기 후엔 “이번이 처음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아니다. 인종차별은 라리가에서 일상화됐다”고 비판했다.
경기 후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라리가가 인종차별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발렌시아 구단도 “모든 발렌시아 팬이 인종차별 주의자로 취급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을 내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테바스 회장은 브라질 ESPN과 인터뷰에서 “비니시우스를 공격할 의도는 아니었는데 모두가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그건 내 잘못이다.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스페인축구연맹은 발렌시아 홈구장 일부의 폐쇄 징계를 내렸고, 경찰도 인종차별 혐의로 7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3명은 발렌시아 구단으로부터 경기장 출입 평생 금지 조치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