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을 향해 KFA 내부에서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KFA 노동조합원이 노조 소식지에 특별기고한 내용인데, 수장을 향한 KFA 내부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익명의 KFA 노조원은 KFA 노보 그린카드 5월호에 ‘노동조합이 사측의 입장에서 전하는 작별인사’라는 기고문을 통해 정 회장을 직격 비판했다. 최근 불거졌던 사면 논란과 맞물려 최근 10년에 걸쳐 이어진 정몽규 회장 체제가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 조합원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한국 축구의 봄이 오는가 싶었다. 그러나 우린 소위 리더의 ‘어리석은 결정’ 때문에 한국 축구의 봄기운을 만끽하지도 못한 채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게 됐다”며 “사면 철회 이후 사과문 한 장 달랑 낭독한 후, 묵묵히 전체 임원이 사퇴한 빈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메꾸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정몽규 회장의 DNA는) 일반인의 DNA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면결정 그리고 철회,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일까. 난 떳떳하고 싶은데”라며 “조직이 정한 결과물에 대해서 구성원 각자의 평가는 다를 수 있어도 취지에 대한 공감과 절차에 대한 자신감은 있어야 축구계와 팬 앞에 떳떳하기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최근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된 사면 논란과 철회 촌극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던데, 그동안 피와 땀으로 일군 대한민국 축구의 구성원이 일궈낸 한국 축구의 강과 산이 정몽규 회장에 의해 사라졌을 뿐 아니라, 건널 수 있는 모든 다리도 파괴돼 있어 서로 왕래할 수 없는 소통 없는 세상 속을 살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한축구협회 노동조합은 ‘사측’이라고 당당히 밝힌다. 우리 노동조합과 구성원은 정몽규 집행부보다도 훨씬 더 자신보다는 회‘사’와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진심으로 고민하고 발전을 도모하는 ‘측’이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면 충분하다. 이쯤 하면 한국축구에 대해 그만 막 하자”라고 밝혔다.
정 회장의 사퇴를 직격으로 촉구하는 목소리도 냈다. 이 조합원은 “본인의 직장으로 돌아가 본업을 하며 그동안 일으킨 사고에 대해 평생 동안 사죄하고, 더불어 지난 10년간 축구계를 무너뜨려왔던 죄를 평생 기억하며 살길 바란다. 그리고 더 이상 대한민국 축구에 관여하지 말고 이쯤에서 인연의 고리를 끊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축구협회는 정몽규 회장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회장사의 재정적 도움이 있으면 살림살이는 좀 나아는 지겠지만, 도움이 없더라도 우리가 아끼고 허리띠 졸라매면 버티고 이겨내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가진 축구협회다.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는 우리에게 맡기고 떠나시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