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예고됐던 나폴리(이탈리아)와 마요르카(스페인)의 국내 친선전이 결국 무산됐다. 주최 측이 대한축구협회(KFA)가 내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25일 KFA에 따르면 두 팀의 방한 친선경기를 추진하던 컨소시엄 측에 경기 개최를 불허한다고 최종적으로 통보했다. 이번 친선경기는 프로모터 언터처블 스포츠 그룹(USG), 스타디움 엑스가 컨소시엄을 꾸려 추진했다.
컨소시엄 측은 당초 오는 6월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1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두 팀의 친선경기를 준비했다. 이번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챔피언이자 김민재의 소속팀 나폴리, 그리고 이강인이 에이스로 활약한 마요르카의 방한 소식에 팬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다만 10일은 K리그1 3경기 등 K리그 경기들이 각각 예정돼 있어 프로축구연맹이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해외팀 초청천 경기로 인해 K리그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었다. KFA가 대회를 승인하기 위해선 연맹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했다.
컨소시엄 측은 지난해 토트넘-세비야의 친선경기도 K리그 경기가 열린 날 개최된 만큼 연맹이 거부할 근거가 없을 것으로 맞섰다. 그러나 연맹 역시 지난해는 국가대표팀 일정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기존 K리그 일정을 하루 앞당긴 것이라 이번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K리그 일정이 예정된 상황에서 해외팀의 방한 친선경기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K리그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연맹도 끝내 10일 경기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대신 8일 경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시선은 컨소시엄 측이 8일 한 경기라도 개최할지 여부에 쏠렸다.
그러나 관문이 또 있었다. KFA는 남은 한 경기라도 개최할 것인지 컨소시엄 측에 문의하는 동시에 해외팀의 방한 경기를 기획하고 추진할 재정적인 여력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른바 '노 쇼' 사건이 있던 만큼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이에 대비해 KFA는 컨소시엄 측에 수십억원의 예치금을 맡기거나, 1차전 예상 수익의 10%가량인 8억원, 그리고 선수단 노쇼 등에 대비한 금전적 보상 방법과 관련한 특약서를 요구했다. 8일 한 경기 개최라도 원할 경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내건 조건이었다.
그러나 KFA에 따르면 컨소시엄 측은 관련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결국 KFA도 이번 친선경기 개최를 모두 불허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추진 과정에서 내내 잡음이 일었던 나폴리와 마요르카의 방한 역시 결국 ‘없던 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