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이 1일 KG타워에서 열린 2023 IS 스포츠마케팅 써밋 아카데미에서 '스포츠인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늘 이기기 위해 상식을 거부했다."
'야신' 김성근(81) 감독이 53년 야구 인생을 돌아보며 가장 강조한 내용이다.
김성근 감독은 1일 서울시 중구 순화동 KG타워 지하 1층 하모니홀에서 열린 '2023 IS 스포츠마케팅 써밋 아카데미' 1강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이날 강연에는 이데일리M 곽혜은 대표와 이성재 경영총괄실장, 그리고 50여 명의 수강생이 참석했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 인생은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1982년 OB 베어스 투수 코치를 시작으로 프로 지도자에 입문한 김 감독은 태평양 돌핀스-삼성 라이온즈-쌍방울 레이더스, LG 트윈스 사령탑을 맡았다. 2007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 부임 후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15년에는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 외에도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창단 감독을 맡았고,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와 소프트뱅크에 몸담기도 했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한국야구에서 '비주류'로 통한 그는 재정난을 겪거나, 전력이 약한 팀을 맡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순탄치 않은 야구 인생의 길을 걸어온 김성근 감독은 이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성공담을 들려줬다. 김민규 기자
김 감독은 "상식 속에 일을 해결하려 하면 결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 쌍방울 시절 한 경기에 투수 8~9명씩 투입하고, 1회부터 투수 3~4명을 마운드에 올린 적도 있다"며 "어찌 보면 프로야구가 아니었다. 밖에서 아무리 욕해도 버티고 싸우려면 온갖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가 공 2~3개 던지는 것을 보고 별로다 싶으면 바로 교체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사실 투수에게는 모욕적"이라면서 "상식적인 야구로는 이길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고정관념이나 상식을 멀리하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노장의 '정신력'도 대단했다. 이날 강연에서 세 번의 암 수술을 받은 이야기도 공개했다. 김성근 감독은 "첫 번째 수술 후 병원에서 잠실구장이 보이더라. '빨리 야구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수술 다음 날부터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SK 감독 시절 전립선암 수술 후엔 몸 상태가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는데 피를 토하며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했다. 또 세 번째 수술 때에는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복귀 후에도) 너무 아팠지만 그 모습을 보이기 싫어 호텔 방 문을 닫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했다"며 "위험하고 미친 짓"이라고 돌아봤다. 김민규 기자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 어드바이저(감독 고문) 역할을 끝으로 프로 지도자 생활을 마무리했다.
김 감독은 "나는 야구장으로 가는 길을 가장 좋아한다. 그 길을 걷다 보면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라운드에서 아이디어의 결과가 생각하면 항상 흥미롭다. 그런데 (일본 소프트뱅크 구단에서) 5년 동안 야구장으로 가는 길을 걷다 보니, 이전까지 느낀 흥미롭고 좋아하던 길이 점점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프로 현장을 떠난 이유였다.
이날 강연에서 'TV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감독을 맡게 된 이유'와 '감독 시절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묻는 질문 등이 쏟아졌다. 김성근 감독은 "성적을 떠나 지도자 김성근의 성장을 이끈 건 쌍방울"이라며 2010년대 후반 'SK 왕조'가 탄생하기까지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또한 "처음에는 '최강야구' 감독 섭외를 거절했지만, 선수들이 진지한 자세를 보고 결심했다. 팬들과 시청자들께 피해를 줘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선수들에게 많은 훈련과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올해 프로야구에서 도루 실패, 태그 동작에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직접 포구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마지막으로 "프로 지도자 생활을 그만둘 때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냈구나' 싶었다"며 "싸워서 이겨야 한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모든 일에 일반적인 아이디어나 상식으로 접근하면 최고가 되기 어렵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1일 열린 2023 IS 스포츠마케팅 써밋 아카데미에 참석자들이 강의 후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이날 첫 번째 강의를 시작한 IS 스포츠 마케팅 써밋 아카데미는 오는 7월13일까지 매주 화, 목요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매회 2강좌씩 한 달 반 동안 진행된다. 매회 1강에서는 스포츠 마케팅 실무 전문 강사진, 이어지는 2강에선 한국 스포츠계를 주름 잡아온 레전드 스포츠 스타들이 강연자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