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28·KIA 타이거즈)에게 남모를 고민이 생겼다. 투수들이 자신과의 승부에서 피안타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5월 한 달 동안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준 타자다. 출전한 21경기에서 타율 0.381(84타수 32안타)을 기록했다. 타율과 안타 부문 2위였다.
악재를 잘 극복했다. 박찬호는 미국(애리조나주) 1차 스프링캠프에서 오른 손목 부상을 당해 일본(오키나와 2차) 캠프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탓에 2023시즌 개막 첫 달(4월) 1할(0.181) 대 타율에 그치며 부진했다. 하지만 5월 들어 콘택트 능력이 좋아졌다. 지난 시즌(2022) 후반기 정립한 타격 메커니즘을 되찾는 듯 보였다. 박찬호도 “솔직히 4월 심적으로 쫓기긴 했지만, ‘타격 사이클이 밑에서부터 시작한다’라고 생각했다. 반등할 자신이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종전 월간 커리어 최고 타율은 2019년 4월 남긴 0.350이었다. 2023년 5월 자신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박찬호는 “이렇게 급격하게 성적이 오르면, 결국 떨어지게 마련이다. (안타를) 벌어 놓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4~8월은 2할 대 후반에서 3할 대 초반 타율을 유지했다. 꾸준한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박찬호가 5월 성적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승부할 때 상대 투수들의 태세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간단히 말해서 너무 쉽게 정면 승부를 걸어온다”라고 했다.
박찬호는 자신을 상대하는 투수들이 코너워크에 들이는 노력이나 포수와의 공 배합에 대한 고민을 다른 타자들보다 덜하는 것 같다고 본다. 주저 없이 스트라이크존(S존)을 공략한다는 것.
박찬호는 “일단 나는 ‘장타 맞을 수 있다’라는 위협을 주지 못한다. 내가 투수라도 어차피 허용해도 단타인데, 굳이 코너워크에 너무 신경 쓰다가 볼넷을 내줘서 안 좋은 흐름을 타지 않을 것 같다”라고 했다. 박찬호는 뜨거웠던 5월에도 홈런은 없었고, 2루타도 3개뿐이었다.
지나친 욕심인지, 자격지심인지 언뜻 이해하기 힘든 박찬호의 속내. 자존심 문제는 아니다. 박찬호는 “사실 투수가 정면 승부를 해주면 나는 고마운 것”이라고 했다.
겨울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화해 장타력 보강을 노렸던 박찬호에겐, 올 시즌도 ‘똑딱이(장타력이 부족한 타자를 저평가하는 표현)’ 성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퍼포먼스가 성에 차지 않았던 것.
여기엔 자신은 류지혁 등 다른 팀 동료들보다 선구안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자기 객관화도 녹아 있었다. 박찬호는 볼넷 출루로 투수를 괴롭힐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장타를 하나라도 더 쳐야 한다고 본다.
박찬호는 “5월처럼 타격감이 좋으면 괜찮지만, 안 좋을 땐 볼넷을 하나라도 더 얻어내야 한다. 그런데 투수들이 마구 스트라이크를 던진다”고 전하며 “다른 돌파구가 없다. 강한 타구를 날리는 게 최선이다. 타석에 더 나서다 보면 겨우내 들인 노력의 성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박찬호는 최근 장타 생산도 늘어났다. 상대 투수의 빠른 공에 주저 없이 배트를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