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발표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 최대 화두는 안우진(24·키움 히어로즈)의 합류 여부였다.
안우진은 지난해 KBO리그 투수 2관왕(평균자책점·탈삼진)에 오른 정상급 선수지만 '과거'가 문제였다. 고교 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학폭) 문제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그는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 선발 자격이 영구 박탈됐다. 이 징계로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가 국가대표 선발을 관리하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을 뛸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대표팀을 구성하는 WBC 출전은 '원론적으로' 가능했다.
KBO는 안우진의 이름을 국가대표 명단에서 뺐다. 조범현 당시 KBO 기술위원장은 "선수 기량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의 상징적인 의미, 책임감과 자긍심 등을 고려해서 (최종 엔트리) 30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태극마크가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고심 끝에 구성한 선수단의 결과는 참담했다. 1라운드 호주와 일본에 연거푸 패하며 휘청거렸다. 대회를 마치기 전부터 이미 '도쿄 참사'라는 말이 오르락내리락했다. 2패 뒤 체코와 중국을 꺾었지만 2승 2패로 일본(4승)과 호주(3승 1패)에 밀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2라운드 티켓 획득에 실패했다. 최대 4강, 현실적인 목표로 8강 토너먼트(2라운드) 진출을 바랐지만, 졸전에 가까운 경기 내용으로 "우물 안 개구리"라는 날 선 비판만 곳곳에서 들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한 유튜버가 "WBC에 출전한 야구 대표 선수들이 본선 1라운드가 열린 일본 도쿄에서 대회 기간 음주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확산했다. 특히 1라운드 첫 경기 호주전 전날인 3월 8일 밤부터 경기 당일인 9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고 일본전 전날인 9일에도 술자리가 있었다고 전해 사실관계에 관심이 쏠렸다. 해당 선수(김광현·정철원·이용찬)와 구단의 경위서를 받은 KBO는 "(당사자로 지목된) 3명의 선수는 대회 동안 경기가 있는 전날 밤, (술집의 하나인) 스낵바에 출입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날(7일)과 휴식일 전날(10일) 해당 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있다"고 알렸다. 논란에 휩싸인 선수들은 지난 1일 일제히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 숙였다.
술을 마신 날짜는 진실 공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대회 기간 음주했다는 건 사실로 드러났다.
프로야구는 이번 WBC에 사활을 걸었다. 2017년 WBC 1라운드 탈락, 2021년 도쿄 올림픽 노메달 이후 위기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떨어진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는 야구계 안팎의 목소리가 컸다. KBO가 순혈주의를 깨고 한국계 혼혈 선수인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대표팀에 발탁한 것도 대회의 중요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경기 결과는 물론이고 외적인 부분에서 논란이 거듭하고 있다.
술 마신 걸 마냥 비판만 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최종 엔트리 발표 당시 강조한 책임감과 자긍심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KBO는 "국가대표 운영 규정 13조 징계. 3.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며 향후 징계 가능성을 열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