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하계U대회) 조직위원회 구성을 두고 지자체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로 이견이 팽팽해 조직위 구성 마감시한(5월 31일)을 넘기도록 조직위를 만들지 못하는 등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했을 때마다 성공적인 대회를 치러냈던 대한민국 스포츠의 이름값에도 흠집이 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5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시도 및 시군구 체육회장, 체육회 이사, 경기단체연합회 및 현장 지도자 등 약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계U대회 조직위 구성 관련 연석회의를 열었다.
2027 하계U대회는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가 유치했다. 하계U대회 조직위가 출범하려면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체육회는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이기흥 회장은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공식 레터까지 보내면서 조직위원 선임을 대한체육회와 합의해서 하도록 요청했는데, 체육회의 의견이 묵살됐다”며 승인을 거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지난 3월 조직위 창립총회를 열어 상근 부위원장에 이창섭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상근 사무총장에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을 선임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절차 하자를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했다.
충청권 4개 시도 측은 “윤강로 사무총장은 공모를 통해 뽑았다.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발했다. 지자체와 체육회의 갈등이 커지자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나섰다. 지난 5월 3일 조직위 부위원장이 사무총장을 겸직하기로 하고 조직위 구성에 합의했다.
그 결과 이창섭 부위원장이 사무총장을 겸직하고 윤강로 사무총장 내정자의 선임이 백지화되자 윤강로씨는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대통령실 청원을 넣는 등 반발했다. 윤씨가 강하게 반발하자 정부는 다시 원안대로 상근 부위원장, 상근 사무총장 2인 체제로 조직위를 구성하라고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대한체육회가 조직위 승인을 거부하며 반발했다. 이기흥 회장은 5일 “윤강로씨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연석회의 참석자들은 조직위 구성 문제가 체육회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U대회에 보이콧하자” “왜 체육인들을 업신여기느냐”며 강성 발언을 이어갔다.
이번 사건은 표면적으로 보면 대한체육회가 국제 스포츠 이벤트 준비 상황에 대해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에는 그동안 체육행정에서 체육인들이 배제된 채 정치에 휘둘려온 것에 대한 강한 반발심이 있다. 이번에 강경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향후 스포츠 이벤트 및 체육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 후 지자체장이 바뀔 때, 문체부 인사가 있을 때마다 유독 체육정책은 홀대 받으면서 우왕좌왕 크게 흔들리곤 했다. 5일 연석회의가 토론보다 성토대회에 가까웠던 이유다. 한 지방체육회 관계자는 “지자체나 정부에서 체육인들에 대해 ‘예산 안 주면 니들은 아무 것도 못하지?’라고 무시하는 태도다. 삭발이라도 해서 강경하게 맞서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이 유치했던 이벤트와 달리 이번 대회는 단일 지자체가 아니라 4개 지자체가 함께 개최한다. 조직위 설립 단계에서부터 체육회의 의견이 묵살되면 향후 4개 지자체가 서로 자신들의 이익 위주로 잡음을 낼 경우 대혼란이 올 게 뻔하다. 이를테면 단순한 안건 한 가지를 결재받기 위해 4군데 지자체에 모두 결재를 받으러 다녀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체육회의 강경 대응을 요청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3일 체육회, 문체부, 4개 시도가 합의한 내용(조직위 부위원장과 사무총장 겸직 결정)이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에 합의 준수를 재차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