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현장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6개월이 넘어섰지만, 현장 노동자의 사망 사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범위를 완화해 달라면서 정부에 건의서를 내며 처벌 규정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가정의 달이었던 지난 5월 건설 현장에서는 꽃 같은 목숨들이 죽어 나가는 일이 반복됐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20대 청년 A 씨가 추락했다. A 씨는 지하 2층 주차장 공사현장에서 하중을 흡수 분산하는 잭서포트 설치 작업을 하다 약 7m 아래인 지하 4층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나흘 뒤인 26일에는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한 오피스텔 신축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50대 B 씨가 18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노동 당국은 B 씨가 좁은 말비계 위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29일에는 아산시의 서부내륙고속도로 12공구 건설 현장에서 시티건설 하청업체 소속의 60대 노동자 C 씨가 굴착기에 깔려 비명횡사했다.
사고가 난 공사현장은 모두 공사금액이 50억원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작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해 644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이 중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인(50억) 이상 규모에서 무려 256명(산재 사망자의 40%)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올해 1분기에도 중대재해 사고 건수가 48건, 사망자는 49건으로 집계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은 최근 정부에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총은 건의서에 "법 적용 대상과 처벌 요건, 제재 방식 등을 합리화하고 적용 시기를 추가로 유예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 명이라도 사망자가 나오면 적용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요건을 '사망자 동시 2명 또는 최근 1년간 2명 이상 발생'으로 수정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난 1월 출범한 고용노동부 산하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태스크포스(TF)'가 이달을 끝으로 활동을 종료한다. 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TF는 각계각층 의견을 취합해 막바지 작업 중이다. 고용부 측은 "활동이 종료되면 논의된 개선안이 권고 방식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상에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지금은 규제완화가 아닌, 현장에서부터 중대재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을 때다. 경영계와 정부는 건설 현장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종합 대책을 책임 있게 마련하는데 몰두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