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최고 고비였다. 그런데 모두 이겼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를 넘기면 기회가 찾아온다. 두산 베어스의 지금 상황이 그렇다.
두산은 이번 주 주중 한화 이글스와 3연전 첫 두 경기에 대체 선발 투수를 내보냈다. 선발진 구멍이 너무 커진 탓이었다. 딜런 파일은 팔꿈치 굴곡근 통증이 재발해 복귀가 불투명해졌다. 관리 차원에서 내린 곽빈은 11일에야 복귀할 수 있었다. 구위 하락으로 선발진 리더 최원준도 퓨처스(2군)리그로 향했다.
어느 정도 위기면 막을 수 있었다. 두산은 이미 개막 전 당초 2선발 이상급 투수 네 명을 갖춰놓고 시작한 데다 5선발로 시작한 김동주는 신인왕 경쟁 중이다. 최승용도 선발로는 4~5월 제 몫을 해줬다. 그러나 2~4선발이 통째로 이탈하니 도저히 막아낼 방도가 없었다. 설상가상 김동주와 최승용이 주말 수원 KT 위즈 시리즈에서 부진해 고민을 더했다. 결국 대체 선발 2명으로 6일과 7일 경기를 소화했다.
당시 이승엽 감독은 "이번 주가 우리한테 고비"라며 "정말 중요한 한 주가 될 것 같다. 특별히 더 신경쓰인다. 오늘 내일까지는 잘 치러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대체 선발 투수들이 무너져 승리를 모두 내주면 순위 싸움은 물론 6월 내내 불펜진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2경기를 모두 두산이 잡았다. 지난달 23일 5년 만에 선발승을 거둔 장원준은 15일 만에 돌아와 승리를 추가했다. 5이닝 4실점을 기록한 지난 등판과 달리 5와 3분의 1이닝 1실점으로 경기 내용이 완벽했다.
7일 경기는 위기가 있었다. 박신지는 장원준과 달리 2이닝 2실점에 그쳤다. 대신 불펜진이 나섰다. 김명신을 시작으로 백승우-박정수-이형범까지 필승조 외 불펜 자원들이 5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여기에 타선이 터졌다. 양의지와 양석환이 동점 적시타와 역전 적시타로 7회 대거 넉 점을 가져와 경기를 뒤집었다.
이영하의 존재감도 컸다. 5일과 6일 모두 8회 등판, 무실점으로 막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음주 파문 자숙 차원에서 말소된 정철원의 빈자리를 깔끔하게 채웠다. 이영하가 비어있던 승리 공식 조각을 채워주면서 투수 운용 전반이 깔끔했다.
위기를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두산에 남은 건 기회뿐이다. 기세를 탈 수 있는 절호의 시점이다. 우선 8일 잠실 한화전에는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가 출격한다. 현 선발진에서 유일하게 기복이 적은 에이스다. 11경기 6승 3패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한화전 2경기에서는 15이닝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60으로 더 압도적이었다. 평균 이닝이 긴 만큼 불펜 자원도 아낄 수 있다.
주말 KIA 타이거즈 3연전도 주중 시리즈에 비해 걱정이 덜하다. 김동주와 최승용이 주말 시리즈 불안을 노출하긴 했다. 다만 김동주는 잠실 5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0.36을 기록 중인 '안방의 사나이'다. 11일엔 곽빈까지 돌아온다. 최승용만 기세를 이어준다면 긴 연승을 노릴 절호의 기회다.
곽빈의 복귀전까지만 순탄하게 이뤄진다면 급한 불은 모두 끌 수 있다. 장원준이 로테이션에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승엽 감독은 앞서 장원준에 대해서도 "몸 상태가 나쁘지 않으면 다음 주에 다시 선발 등판 기회를 줄 것"이라며 "6일 등판에서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고 구속도 괜찮았다. 묵묵히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곽빈이 돌아오고 장원준이 지켜낸다면 두산의 선발진이 다시 정상 가동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