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3루수가 유력한 노시환. 한화는 2023 WBC에선 국가대표 차출을 전혀 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분위기다 다르다. 노시환에 투수까지 태극마크를 기대하고 있다. IS 포토
지난 1월 한화 이글스는 '굴욕'을 당했다. 30명으로 꾸려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에 단 한 명의 선수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국가대표 발탁이 없는 건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한화가 유일했다. 무려 6명이 태극마크를 단 LG 트윈스와 비교됐다. 최근 WBC 대회 기간 몇몇 선수의 음주가 도마 위에 올랐을 때도 한화만 '무풍지대'였던 이유다.
그랬던 한화가 달라졌다. 9일 발표를 앞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야구 대표팀에 최소 1명 이상의 국가대표 발탁이 유력하다. 특히 주전 3루수 노시환(23)의 태극마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시환은 7일까지 53경기에 출전, 타율 0.317(205타수 65안타) 9홈런 31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0.397)과 장타율(0.512)을 합한 OPS가 0.909에 이른다. 규정타석을 채운 56명의 타자 중 OPS가 0.900을 넘는 건 노시환을 포함해 4명에 불과하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0.459. 임팩트가 강렬하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1년 선배 한동희(24·롯데 자이언츠)와 노시환은 양강 구도를 만들었다. 한국 미래를 대표할 3루수로 두 선수 중 누가 AG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한동희가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경쟁이 싱겁게 끝났다. 한동희는 지난 5일 1군에서 제외돼 대표 발탁이 쉽지 않다. 시즌 중 문보경(23·LG 트윈스)이 두각을 나타냈지만, 노시환의 입지가 굳건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AG 최종 엔트리에 노시환과 문보경을 동시에 발탁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1루수 경험이 있는 노시환이 대회 기간 포지션을 변경하면 '3루 문보경-1루 노시환' 조합이 가능하다.
한화 야수가 국가대표로 뽑힌 건 2017년 WBC(당시 김태균)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연령 제한 등으로 구단의 젊은 선수들이 나선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를 제외하면 한동안 '야수 국대' 명맥이 끊겼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AG과 2021년 도쿄 올림픽에는 각각 투수 정우람과 김민우가 출전했다. 2019년 프리미어12에선 대표 차출이 없었다. 한동안 팀 성적이 리그 최하위에 머무르면서 야수들의 성장까지 더뎌 국가대표와 멀어졌다.
역대 대표 파이어볼러로 인정받은 2년 차 투수 문동주. 한화 이글스
그렇다고 노시환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화는 현재 '투수 쌍두마차' 문동주(20)와 김서현(19)의 대표 발탁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성적이나 기량 모두 정상급 유망주인 파이어볼러 문동주의 대표 승선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매년 국제대회마다 변방으로 밀렸던 한화가 야수와 투수 국가대표 동시 배출을 노린다. 더 나아가 구단당 최대 3명으로 제한한 쿼터까지 충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