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 사전적 정의로 지나치게 깊이 파고들거나 빠짐,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한다. ‘과몰입’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드라마와 영화의 경우 극 중 배역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뿐더러, 다음 시즌 혹은 회차를 기대하게 만든다. 제작사의 입장에선 고마울 수밖에 없는 심리적 현상이다. 다만 문제는 지나친 과몰입은 ‘독’이 된다는 것이다.
배우 차서원은 최근 이런 지나친 ‘과몰입러’(과몰입+er)들의 악플세례를 받았다. 이유는 다름 아닌 배우 엄현경과의 결혼 및 임신소식 때문이었다. 티빙 오리지널 BL드라마 ‘비도의적 연애담’에 출연했던 차서원이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여배우와 결혼을 하는 게 극중 ‘과몰입’을 깨트린다는 것이 악플을 보낸 팬들의 주장이다. 물론 인기 BL드라마의 경우 주연 배우끼리의 케미스트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마니아 층도 탄탄하기 때문에 차서원의 결혼 소식에 아쉬움을 느꼈을 팬들도 적지 않았을 터다.
이후 차서원은 본인의 SNS를 통해 “최근 나의 소식에 많이 놀랐을 거라 생각한다. ‘비의도적 연애담’을 통해 소중한 인연을 맺은 배우들과 스태프, 팬들의 사랑, 촬영장에서 행복한 추억까지 이 모든 것이 여전히 감사하고 소중한 순간으로 남아있다”며 논란을 의식한 듯 진심 어린 손 편지를 공개했다.
사실 이런 사례는 예능계에서도 익숙하다. 특히 ‘사랑’과 ‘연애’를 주제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더욱이 팬들의 과몰입이 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작진은 일찌감치 출연자들에게 SNS 댓글 창을 막아두게 하거나, 유튜브에 있는 공식 영상의 댓글 창까지 막아둔 경우가 있다. 채널A ‘하트 시그널’, 티빙 오리지널 ‘환승 연애’만 봐도 그렇다. 이들 두 프로그램의 경우 일반인 출연자들을 섭외하지만, 이미 매체에 얼굴을 비춘 이상 대중에게는 ‘스타’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드라마, 예능이 아니더라도 ‘사람’, ‘집단’ 그 자체에 지나치게 과몰입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혹은 아이돌의 열애설이 터지게 되면 SNS에 찾아가 악플 테러를 하는 것이 그 예다. 물론 해당 스타의 행동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피해를 입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단순히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스타들의 사생활 범위까지 비난하는 건 가혹하다. 더구나 결혼, 임신은 축복을 받아야 할 일이지 비난의 대상은 될 수 없다. 그런 스타의 SNS까지 찾아가 ‘책임감이 없다’, ‘생각이 짧다’, ‘이기적이다’ 등의 악플을 쏟아내는 것은 분명 지나친 행위다. 그리고 악플은 최근 스타들이 법적대응을 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과유불급’. 지나치게 과한 것은 부족한 것과도 같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지나친 과몰입은 대상인 스타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